시간의 모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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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순전히 본인이 울 마님이랑 놀려고 쓴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온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걍 베껴 왔음.

위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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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병사들이 들고 있는 창을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우루의 뒤를 따라 걷고 있던 우건은 병사들의 모습을 살폈다. 왼쪽 허리에 모두 칼을 차고 있었고 반대쪽엔 화살이 든 통과 손도끼 세개를 차고 있었다. 어깨엔 활을 모두 하나씩 걸고 있었고, 창을 든 사람들과 커다란 도끼를 든 사람들로 나뉘어 있었다.

"엄청난 무장들인데?"

우건이 중얼거리자 나란히 걷던 지연이 우건을 쳐다봤다.

"무슨 소리야?"

우건은 지연을 보며 씨익 하고 웃어준 후 말했다.

"별 일은 아니야. 그냥 이 사람들 무장이 상당하다고...."

우건의 말에 지연이 옆에 걷고 있는 병사 한명을 쳐다 본 후 다시 우건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아, 그러고 보니 고구려나 백제 기본 무장이네. 아마 부여도 마찬가지일테고...."

"기본 무장이 이정도야?"

"왼쪽 허리에 차고 있는 환도는 가장 기본 무기야. 모두 공통이지, 그리고 이 시기에는 부월수 라고 해서 도끼병이 있었어. 저기 큰 도끼 들고 있는 병사들이 부월수 일꺼야. 장창병과 부월수에다가 방패에 환도를 쓰는 도부수까지가 기초 보병이야. 사실 나도 이쪽은 잘 몰라. 동현아!"

지연이 부르자 동현이 뒤를 돌아봤다.

"?"

"난 무기나 무장 체계는 잘 모르거든? 네가 우건이 한테 설명 좀 해줘라."

지연의 말에 동현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걸음을 늦춰 그들과 보조를 맞췄다.

"어디보자, 무장이라...."

동현은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병사들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장창과 도끼.... 장창병과 부월수네. 장창병과 부월수는...."

"잠깐 부월수랑 장창병은 들었어, 지연이한테...."

우건이 동현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우건의 말에 동현은 고개를 한번 끄덕 하고는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부월수, 장창병, 도부수에다가 편전을 쓰는 궁수까지 하면 보병체계가 딱 갖춰지지. 기마병은 도부수만 빼고 무장은 같아."

"잠깐 동현, 편전은 뭐지?"

"... 편전은 완전한 용어는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보면 되고, 우리말로는 애기살 이라고 하는데, 통아 라고 하는 대롱? 암튼 그런거에다가 넣어서 쏘는 좀 작은 화살이야. 듣기로는 현대 석궁 정도의 위력이라고 하더라. 길이도 짧아서 잘 보이지도 않고 빠르고 강력하다고 하고 짧은 길이 때문에 애기살 이라고 했나보더라."

".... 그래? 뭔진 모르지만 좋은건가 보네."

우건의 말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있었던 건데 당연하지. 애기살을 쏘려면 각궁이라고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복합활이 필요하거든. 다른 활로는 별 소용이 없는거고..."

동현은 말을 하다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언제 다가왔는지 우루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들은 좀 이상하군. 이곳 사람이 아닌듯 한데 어떻게 보면 잘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부루를 모르는 것도 이상하고...."

동현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다. 다행한 것은 우건이 옆에 있었다는 것이다.

"우루 라고 했나요? 난 우건이라고 해요. 연우건"

"? 계루쪽인가? 연휘가람과는 무슨 사이지?"

"연휘가람? 모르는 사람인데요."

우건의 말에 우루는 되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휘가람을 몰라? 내 이름은 부여 우루, 이전에는 해우루 라고 불렸지. 해씨와 휘가람의 연씨는 뿌리가 같지. 조상이 우사(雨師)였으니까."

우루의 말이 끝나는 순간 지연과 동현이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지연이 재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사 라고 했나요?"

"그래. 그게 잘못됐나?"

"그럼 풍백(風佰)과 운사(雲師)도 있나요?"

".... 풍백과 운사라...."

우루가 중얼거리며 말을 돌리는 듯 하자 지연과 동현은 입술이 타는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우루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런 둘의 눈빛을 느꼈는지 우루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운사는 아마 맥이 끊어졌을꺼야. 풍백은...."

우루는 말을 멈추고 앞서 걷고 있는 고두언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열었다.

"풍백은 원래 고씨는 아니지만, 지금 구려의 왕이 풍백의 후손이지. 그래서 지금은 고씨라고 보면 될꺼야."

우루의 말이 끝나자 지연과 동현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고두언을 향했다. 그리고는 서로를 마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런! 천부인 세가지 중에서 둘만 남았나봐."

"운사는 사라졌나봐!"

둘이 놀라고 있을때 소외된 듯 조용히 있던 우건이 입을 열었다.

"잠깐, 천부인이 원래 사람이야? 학교에서 배울땐 물건이라고 한거 같은데..."

우건이 던진 물음에 지연과 동현의 입이 다물어졌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우루를 쳐다봤다. 우루는 그들을 이상한 물건을 보듯 쳐다보다가 그래도 말할 마음이 들었는지 이내 대답을 했다.

"천부인은 그런게 아니야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 풍백은 바람을 다스리지만, 우사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졌지. 운사는 구름을 부르는 힘을 가졌고, 가장 약하지만, 운사가 없으면 풍백은 반대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우사는.... 독립된 힘을 쓸 수 있을 만큼 강하지만, 풍백의 제어가 없으면 제대로된 부름을 할 수 없다. 고로 천부인은 세명이 모였을때 안전하고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루의 설명이 되는 동안 지연과 동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러다 우루의 말이 끝나자 바로 질문이 터져 나왔다.

"그럼 우사라는...."

"우사는 그럼...."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가 당황해서 말을 멈췄다. 우루는 그 모습이 웃겼는지 크게 웃더니 먼저 말을 꺼냈다.

"하하하, 뭘 물어보는건지 알겠어. 아까 말했듯이 우사는 혼자서 힘을 쓸 수 있을 만큼 강하지. 그래서 아직도 우사는 존재한다. 아까 내가 누이를 물어봤지? 그녀가 지금의 우사다!"

우루의 말이 끝나자 앞쪽에서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걷고 있는 고두언을 제외하고 모두 놀람에 빠져들었다. 학교에서 배우던 천부인, 그 진짜 비밀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게다가 잘 하면 그 유명한 신화 속의 우사를 볼 수 도 있다는 생각에 세사람은 설레기 시작했다.

우건은 역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단군신화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신화 속의 후예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건 정말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예전에 현우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역사라는 건 이야기꺼리를 남에게 알려주는 거라더니, 진짜 이야기꺼리네 이거....'

우건은 현우가 해준 말을 떠올리고 있자니 갑작스레 현우가 걱정되고 보고 싶어졌다.

', 어디있는거야? 살아는 있겠지?'

우건이 현우를 걱정하며 생각하고 있을 때 현우도 우건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째 이거 꼭 내가 우건이가 된 기분이군.'

현우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 부루를 부르려고 입을 열었다가 당황한 때문이었다.

 

대략 5분전 상황....

 

', 계속 걷기만 해야하나? 어디로 가는걸까? .... 그냥 물어보는게 빠르려나?'

이런 생각을 하며 걷던 현우는 강물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앞서 걷는 부루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부루를 부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될되로 되라는 심정으로 현우는 입을 열었다.

"저기, 부루 아가씨!"

현우의 부름에 부루가 걷던 걸음을 멈추고는 현우를 바라봤다.

"저기... 얼마나 더 가야되죠? 그리고 오라버니는 어디 있는건가요?"

현우가 질문을 던지자 가만히 현우를 바라보던 부루가 불쑥 질문을 했다.

"아가씨가 뭐죠?"

"..!!!"

현우는 당황했다. 부루와 이야기를 할때는 되도록 현대에서 쓰는 말은 안쓰려고 노력하며 대화를 했지만 아가씨 마저도 모를 줄은 몰랐다. 현우는 몰랐지만, 아가씨는 최근에 변형되면서 생긴 단어였다.

", 아가씨는.... 그러니까...."

현우는 설명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행하게도 부루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 아기씨 말하는 건가요?"

"!!!!"

", 근데 난 아가는 아닌데요?"

다시 한번 현우는 당황했다. 아가씨의 어원이 아기/아가에다가 존칭 씨가 붙어서 파생된 줄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루는 당황하는 현우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후후, 잘못 말한건가요?"

"! 그건 아니고.... 그러니까...."

현우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내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깐.... 아가씨는 원래는 그쪽... 그러니까 부루씨가 말한 뜻이 맞는데... 제가... 아니 내가 있던 곳에서는 혼인 안한 젊은 여자 높여서 부르는 겁니다."

당황해서 횡설수설 설명을 끝낸 현우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현우를 보며 부루는 깔깔대며 웃어댔다.

"우호하핫, 무슨 뜻인지 대충 알겠어요. 근데 부루면 부루지, 부루씨 라고 부르는건 또 뭐죠? 오호호호홋"

현우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고 그 모습을 보며 조금 미안함을 느꼈는지 부루가 몇마디를 더했다.

"너무 창피해할껀 없어요. 어쨌거나 아가씨 꽤 마음에 드는 말이네요."

부루의 말에 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루에게 고마운 감정이 들 정도였다. 이런 현우가 우건을 떠올린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우를 생각하던 우건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우루에게 다시 질문을 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천부인이나 우사, 이런 이야기는 꽤 중요한 이야기 인거 같은데 친절하게 설명해준 이유가 뭐죠? 아무리 같은 동족이라고 해도 분명 우리는 포로나 마찬가지인데..."

우건이 꺼낸 말에 지연과 동현도 갑작스레 놀라서 우루를 쳐다봤다.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 웬만한 부족은 다 아는 이야기니까. 내가 친절하게 대답을 해준건 동족이라서도 있지. 하지만 난 당신들이 확실히 내 동족인지 알 수 없군. 게다가 당신들이 하는 말을 다는 못 알아 듣겠어. 그게 궁금해서 나도 친절하게 답 해준거야. , 그럼, 당신들은 누구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이지? 누구나 아는 것들도 잘 모르는 당신들이 참 궁금하단 말이야. 날 모르는건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내 누이동생을 모르는건 정말 이상하단 말야. 뭐 천부인도 잘 모르는거 보니 그럴수도 있겠군. 그럼 그건 그렇다고 하고, 다시 묻지. 당신들 누구지?"

우루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때 앞서 걷고 있던 고두언이 몸을 돌려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우루를 묵직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 궁금해 할건 없어. 그저 잃어버린 일행을 찾으러 온거 뿐이니까.”

우루는 걸음을 멈추고는 고두언을 빤히 바라봤다. 그 때문에 모두의 발걸음이 멈췄다. 한참을 그렇게 고두언을 바라보던 우루는 다시 시선을 돌려 우건과 동현을 바라봤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꽤 시간이 흐른 듯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일행을 바라보던 우루가 하늘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래. 그리 궁금해할건 없는건가? 우리 동족은 항상 그래왔지. 하늘 아래 가장 오만하면서 겸손한 종족…. 그게 우리지. 더 묻지 않기로 하지.”

우건과 동현, 그리고 지연은 부여우루 아니 해우루와 고두언의 대화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잠시 침묵에 빠져 있을 때 우루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질문은 그만하기로 했으니 모두 움직이자. 야영지가 곧 나온다.”

말을 마친 우루는 성큼성큼 앞서 걷기 시작했다. 어색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별 말 없이 일행은 야영지라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걷기 시작한지 대충 30분 정도 지나자 세명의 병사가 지키고 있는 야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 하류 쪽에 인접해서 세워진 천막 비슷한 것이 세워져 있었고, 가운데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다.

발웅, 별일 없었나?”

대사자, 오셨습니까? 여긴 아무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가셨던 일은?”

누이동생 소식은 없었다. 첩지가 잘못된 모양이야.”

…. 역시 함정일까요, 지나들의?”

그건 알 수 없지. 단서가 발견되긴 해서 어쨌든 소구찬에게 다섯 데리고 계속 수색하라고 해놨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누굽니까?”

발웅이라고 불린 사람이 우건 일행을 보고는 궁금증을 나타냈다. 우루는 잠깐 우건 일행을 쳐다보고는 별 일 아니라는 듯 툭 내뱉었다.

저들이 바로 단서야.”

?”

발웅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색 도중에 만났는데, 같은 동족이다. 저들이 숨어있던 동굴에 누이가 숨어 있었던 모양이야. 그들이 말한 방향으로 수색해보라고 구찬에게 말해뒀다. 어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족인건 확실하다. 잘 쉴 수 있게 자네가 알아서 잘 보살펴줘.”

, 대사자.”

발웅은 우루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멀뚱거리며 둘러보고 서있는 우건 일행에게 다가왔다.

난 계발웅이라고 한다. 대사자가 당신들을 부탁했지.”

계발웅의 말에 일행의 눈길이 그에게 향했다.

별 다른건 없고 쉴 자리를 마련해주라고 하더군.”

그의 말이 끝나자 우건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밝아졌다. 중간에 동굴에서 잠깐 쉬었다고는 해도 이곳에 오자마자 쫓기기 시작해서 같은 민족인 우루 일행을 만났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자, 서로 알아가는건 차차 하기로 하고 우선 이쪽으로….”

계발웅은 꽤 넉살이 좋은지 능숙하게 일행을 이끌고 천막이 쳐진 곳으로 안내를 했다. 꽤 넓은 실내를 가진 천막이었는데 중앙에는 조그마한 화톳불이 밝혀져 있었고, 털가죽으로 된 침낭 비슷한 것이 세개 놓여 있었다. 침낭이 세개 뿐이라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계발웅이 말을 꺼냈다.

서서 싸는 사람들은 여기서 자면 될테고....”

계발웅의 말에 모두 어이없어 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계발웅은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앉아서...."

계발웅은 말을 하다 느껴지는 살기에 입을 다물고는 한 곳을 바라봤다. 계발웅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우건이 눈을 부릅뜨고 죽일 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처자인가 보구만, 알았어. 그럼 여기서 둘 자고 다른 천막에서 자네랑 처자랑 자."

그의 말이 끝나자 고두언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하하하핫. 재미있군.”

고두언이 웃고 나서도 꽤 지나서야 무슨 뜻인지 깨달은 우건은 얼굴이 빨개졌고, 지연 역시 얼굴이 빨개졌다.

무슨 말을 하는죠? 터무니 없는 소리만 하는 사람이네.”

우건이 빨개진 얼굴로 투정부리듯 내뱉었지만, 계발웅은 상관없다는 듯 여전히 능청스러운 어투로 말을 꺼냈다.

그래? 멍석 깔아줘도 못하는구만. 내 알바 아니고, 우선 먹을거 가져다 줄 테니 먹고 처자는 부루님 쓰던 천막에서 쉬면 되겠소.”

말을 마치자 마자 계발웅은 대답은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 천막 밖으로 사라졌다. 그가 나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고두언의 큭큭 거리는 웃음소리와 어색함에 빠진 우건과 지연의 흠흠 거리는 소리, 가끔씩 나오는 동현의 처량한 한숨소리 만이 천막속에 가득했다.

 

대사자, 일행은 음식과 쉴 곳을 마련해줬습니다.”

그래…”

계발웅의 보고에도 우루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그의 기색을 조심스레 살피던 계발웅은 걱정이 되는지 결국 질문을 던졌다.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으신겁니까?”

우루는 잠시 천막의 천장을 바라보다가 계발웅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훈족도…. 걱정이긴 하지만 지나가 더 걱정이네.”

우루의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계발웅은 바로 이어서 말을 꺼냈다.

지나는 예부터 우리의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훈족이 더 위협적이지 않을까요?”

그들은 차라리 우리와 비슷한 뿌리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전쟁을 해도 완전한 살육전은 일어나지 않아. 그런데 지나와는 다르지. 지나는 우리를 두려워하면서 어떻게든 넘어서려고 하고 있지. 문제는 우리는 이미 여러 나라로 쪼개진 상태라 하나로 합쳐진 지나를 상대하긴 좀 벅찰지도 몰라.”

그래도 우리에겐 우사께서 계시질 않습니까? 우사의 힘이라면 그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텐데….”

계발웅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지만, 우루의 얼굴은 펴지질 않았다.

그래. 우리에겐 내 누이동생…. 부루가 있지. 하지만, 지나족도 그걸 알고 있다. 게다가 우사가 진정한 힘을 보이려면 풍백의 도움이 절실하지. 구려에서 도와줄는지…. 아니 저들 일행을 보니 어쩌면 풍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삼족오의 힘을 찾는건데 그래야 천부인의 힘을 발휘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애들 한테선 아무런 기별이 없나?”

우루의 말이 끝나자 계발웅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러면서 삼족오와 천부인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삼족오는 지나인들이 천조(天鳥)라고 부르는 세개의 발을 가진 새를 뜻한다. ()나라-은나라 라고도 했음- 시절까지만 해도 근방의 모든 부족, 종족들이 신성시 하는 새였다. 지금의 지나족은 상나라를 무너트리고, 주나라를 세우면서 용을 신성시 하지만, 아직도 예맥한의 맥을 잇는 부족과 나라들은 삼족오를 신성시 하고 있다. 삼족오의 세 발은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하고 풍운우 삼사가 각각 한 축을 맡아서 과거, 현재, 미래를 조율하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조선에서 관리를 했지만, 지나의 한()에 의해 진조선(진한)이 멸망하면서 삼족오의 진정한 힘은 사라졌고, 천부인을 관장하던 풍운우 삼사는 그 일부가 부여로 넘어왔다. 운사의 맥은 조선의 멸망과 함께 사라져 버렸고, 다행하게도 풍백과 우사는 부여로 넘어왔지만, 풍백의 후예인 계루부족에서 구려를 세워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었다.

대사자, 편히 쉬십시요.”

생각에 잠겨 있는 우루를 보며 계발웅은 군례를 취해 보이고는 천막 밖으로 나왔다. 천막 밖으로 나온 계발웅은 하늘을 올려다 봤다. 구려를 빠져 나오던 급박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구려에서 태대사자의 반란 때문에 누명을 쓰고 떠돌다 고민끝에 백제에 몸을 의탁했던 순간…. 부여의 정통을 자처하던 백제에서는 우루와 부루가 해씨 라는 것을 알자 왕족의 성씨인 부여씨를 하사했었고, 백제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걱정한 태자의 눈총을 견디지 못하고 따로 몰래 빠져나오던 순간까지….

하늘은 항상 그렇지….”

하늘을 바라보던 계발웅은 한마디 푸념을 내뱉고는 발길을 돌렸다.

 

한참을 강을 따라 걷던 현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봤다. 맑은 하늘에 별무리들이 가득 들어차 서로 빛을 뽐내고 있었다. 현우가 멈춰 서있자 앞서 걷던 부루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했다.

뭐하죠? 좀 더 가야 해요.”

부루의 말에 현우는 시선을 부루를 향해 돌리고는 말했다.

밤이 늦었는데 쉴 곳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

“….”

부루가 대답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현우는 무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언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불쑥 부루가 말을 꺼냈다.

조금만 더 가면 쉴만한 곳이 있어요.”

그러고는 바로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현우는 바로 그녀를 뒤따라 가면서, 자신이 자꾸 그녀를 불편하게 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내 말이 이상한가? 에휴…. 이상형을 만났다고 좋아했더니 이상한 인상만 심어줬나보다…. 내 팔자야…. 내가 뭐 그렇지…. 에혀…. 지금 무슨 생각하냐 박현우! 따지고 보면 너보다 2000살 연상이닷! 그리고 역사를 바꾸는 짓은 하면 안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둘은 어느새 강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진 초막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사냥꾼이 쓰던 초막인 듯 약간의 동물 노린내가 초막에서 풍겨 나왔다.

여기서 쉬면 되요.”

부루가 입을 열자 현우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재빨리 말을 받았다.

혹시 내 말이 이상한가요?”

현우가 묻자 부루는 현우를 빤히 바라봤다. 초막 안은 어두웠지만, 쏟아지는 달빛 덕에 누군가를 알아보는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달빛 아래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부루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도망치던 와중이라 거친 옷에 머리는 산발이고 얼굴에 검댕이 묻어 있는 것들은 현우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부루를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현우에게 부루가 불쑥 말을 걸었다.

당신 말하는거 보면 진나라 영정 이후로 번조선(변한) 사람들이 쓰는 말 같아요. 그렇다고 똑같지는 않지만….”

갑작스런 부루의 말에 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말을 걸었다는 것도 있지만, , 영정, 번조선 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내가 말하는게그러니까지나들과 같이 살던 조선 사람이랑 비슷한가요?”

현우는 조심스럽게 부루에게 질문을 했다. 그녀는 역시나 현우를 빤히 바라봤다. 현우는 그녀가 또다시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이제는 뻔뻔하게 질문을 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내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건 알아요. 내가 살던 곳은 바다가 보이는 곳이거든요.”

바다? 그게엄청나게 많은 강물로 된 그거 말인가요?”

바다를 본적 없어요?”

우루 오라버니는 본 적 있는거 같던데난 태어나서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어요. 다 말로만 들었을 뿐이지.”

바다는 그러니까그건그게그 뭣이냐에휴그냥 멋져요.”

현우는 무언가 멋진 말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현우가 바보처럼 말을 끝내자 부루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우호호홋 하하핫

“….”

무안해진 현우는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때 다시 그녀가 웃음을 그치고는 말을 걸었다.

으호호미안해요. 그냥 좀 웃겨서…. 근데 당신 나 모르는거 맞죠?”

왜 갑자기 그걸 물어보죠?”

분명 처음 만났을땐 아는 것처럼 보이더니 나랑 말하는거 보면 날 모르는거 같거든요.”

…. 그건 내가 어디선가 본 그림과 너무 닮아서 놀랐던거 뿐이에요.”

그림이요?”

그냥 그런게 있어요.”

그래요. 알았어요. 우선 우루 오라버니에게 가야겠어요. 날 잡으려고 하는 쪽은 훈 보다는 지나족이거든요. 이걸 알려줘야 해요.”

지나에서 왜 당신을 잡으려고 하는거죠?

부루는 현우를 잠시 바라보며 고민을 하는 눈치더니 결심을 한듯 말을 꺼냈다.

왜냐하면, 난 해부루…. 부여씨를 받기 전에는 해씨 였고, 우사의 정통을 잇고 있거든요. 당금의 우사가 나에요.”

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잠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서 멍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그런 현우를 보면서 부루는 다시 말을 이었다.

지나족이 삼족오의 힘을 찾았어요. 그들은 그걸 다룰 줄 모르니 누군가 그걸 다룰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거겠죠. 구려의 고씨와 연씨가 풍백과 우사의 맥을 이었지만 구려를 건드리는건 그들에겐 너무 큰일일테고, 부여가 망하면서 해씨는 구려로 이어졌어요. 근데 구려에서 일어난 반란 때문에 해씨들은 전부 구려를 나왔거든요. 그러니 날 잡는게 쉬워서 그런거겠죠.”

현우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풍백, 우사 이런 단어들 때문이었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 빠르게 질문을 했다.

그러니까 방금 말한 풍백, 우사, 운사 이거 천부인 말하는거 맞죠?”

맞아요.”

“!!!”

현우는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너무 오래전 역사라서 신화로만 남아있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자신의 앞에 펼쳐진 것이었으니 놀라는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럼 부루 아가씨가 현재의 우사 라는 건가요?”

그래요.”

그녀의 대답에 현우는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감격을 주체 할 길이 없었다. 자신이 신화의 한 부분과 마주하고 있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아아아!!!!!!!! 우사라니!!!!!!! 우아아!! 하하하하핫

갑작스레 소리치며 날뛰는 현우를 보며 부루는 어쩔 줄 몰랐다. 훈족이나 지나들까지 다 아는 사실이 이렇게 놀라운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하기 까지 했다. 현우는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소리를 치며 주먹을 공중에 휘둘러 대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부루에게 바짝 다가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방금 말했죠? 풍백을 이은 것이 고씨라고, 그럼 운사는운사는 어떻게 된거죠?”

부루는 갑작스레 눈을 빛내며 바짝 얼굴을 붙이고 질문을 던지는 현우 때문에 당황했다. 너무 가까워서 현우의 몸에서 풍기는 땀냄새까지 다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남녀 모두 격 없이 지내는게 풍습이기는 했지만 우사라는 신분 때문에 항상 정중하게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만 겪다가 살짝 정신나간 것처럼 행동하는 현우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부루가 계속 대답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자 답답해진 현우는 부루의 손을 덥썩 잡고는 다시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운사는…. 운사는 어디로 이어졌냐니까요!”

현우가 갑자기 손을 잡자 부루는 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잡힌 손을 빼내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사는 나도 몰라요. 이제 그만 물어봐요.”

갑작스런 부루의 행동에 현우는 정신을 조금 차렸다. 그러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 이런죄송합니다. 너무 기뻐서 그만….”

고개를 주억거리며 미안하다고 하는 현우를 보자 부루는 웃음이 나왔지만 또다시 손을 잡을까봐 두려워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이제 그만 자요. 내일은 꼭 오라버니에게 가서 소식을 전해야 하니까.”

부루는 말을 끝내고 나뭇잎을 가져다 구석에 깔고는 자리에 누워 버렸다. 현우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맨 바닥에 누웠다. 그러나 자꾸 떠오르는 여러가지 생각 때문에 잠에 빠져들 수 없었다. 한참을 누워 잠을 청해봤지만, 바닥에선 차가운 기운이 올라와 정신을 더욱 말똥거리게 만들어서 더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기부루 아가씨…. 미안해요. 많이 놀랐죠? 너무 기뻐서 그만…”

현우가 조그만 소리로 부루에게 사과를 했지만 잠에 빠져든 건지 돌아누워 있는 그녀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현우는 잠도 안오고 해서 그냥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초막 밖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잠시 하늘의 별과 달을 보고 있을 때 갑자기 부루가 말을 꺼냈다.

괜찮으니까 미안하다고 할꺼 없어요. 내일은 일찍 출발할꺼니까 그만 자요.”

“!!”

조그마하게 그녀가 건낸 말을 듣고 현우는 괜스레 마음이 포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꼭 그림속의 그녀가 아니더라도, 아니 사실 그녀가 그녀 일 가능성은 없지만, 현우는 그냥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말대로 자야 할 시간이 됐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현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다. 현우가 잠든지 얼마 후 부루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뒤척여 바로 누웠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잠든 현우를 한번 쳐다보고 눈을 감았다.

,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부루는 현우에게 몇마디 짜증을 속으로 던져주고는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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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참 2011. 2. 22. 05:38

시간의 모래 (7)

 

****************

이 글은 순전히 본인이 울 마님이랑 놀려고 쓴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온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걍 베껴 왔음.

위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

 

그녀는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에 구한 것이지만, 자신의 신분을 안다면 놀라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해가 안가는 것은 이 사람의 복색에는 어떤 문양도 없어서 어디 출신인지를 짐작 할 수 없다는 점 이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번 이 청년을 구할 때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봤다.

 

그녀는 동굴에서 나온 후 한쪽으로 도망을 간 것 처럼 꾸민 후 반대 방향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상당한 시간을 지난 후 그녀는 앞쪽에 많은 수의 병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빨리 잡아', '거기 서라!' 같은 훈 족의 말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었다.

깜짝 놀란 그녀는 잠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리고는 한쪽 방향으로 달려 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잡은 방향은 강 하류로 향하는 곳이었다. 너무 평탄하고 개활지에 가깝기 때문에 처음에는 제외 시켰던 곳이었다. 그녀가 얼마 정도 달리다가 몸을 숨길 곳이 있나 찾던 도중 강가 바로 옆 구릉이 움푹 들어간 형태인 것을 발견 했다. 그녀는 그곳에 숨기로 하고 몸을 움직였다. 그녀가 구릉 아래에 도착했을 때에 구릉 아래 물가에는 이미 손님이 있었다. 물에 빠졌다가 물살에 쓸려 떠내려 온 것이 뻔해 보이는 몰골을 하고 정신을 잃고 있는 현우 였다. 그녀는 그의 옷차림에 아무런 문양이 없어서 어느 민족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모른척 하려고 했지만 그때 갑자기 현우가 입을 열었다.

그림…. 연교수님….”

단 두마디 였지만, 그녀와 같은 예맥족의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쫓기는 중이었지만, 그녀는 같은 민족을 그대로 방치해둘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힘들게 물에서 건져올려 구릉 아래 움푹 들어간 곳으로 이동시켰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 왔다.

", 카호린. 지나족(중국인-한나라) 경계가 어디부터지?"

"여기서 수십리는 떨어져 있습니다. 지나족이 이제 좀 어깨를 핀다고는 해도 아직 멀었지요. 부장, 그보다는 예맥족 경계가 곧 입니다."

"확실히 그렇지. 곧 부여땅인가?"

"아닙니다, 부장. 부여는 이곳에서 북으로 꽤 올라가야 합니다. 대신, 계루부족과 몇몇이 연합하여 세운 구려(고구려-고려, 구려, 가우리 등으로 불렀음. 왕건이 세운 고려와 구분을 위해 고구려라 부르게 됐음) 경계가 곧 입니다. 게다가 동남으로는 졸본부족이 세운 백제가 있습니다. 이곳 코라타 숲이 두 나라의 경계나 마찬가지 입니다."

", 계루와 졸본이라... 어차피 둘 다 예맥이로군. 서쪽으로만 출진을 했더니 이쪽 방면으로는 모르는 것 투성이군. 또 알아야 할 곳이 있나?"

", 부장. 남쪽으로는 오환 같은 부족이 있습니다. 오환 이라고 합니다만, 사실 그들도 예맥과 같은 갈래입니다.”

…. 그런가? 예전에는 형제처럼 잘 지냈는데 예맥과 훈족이 이렇게 싸우게 된것도 참….”

십부장인 까르키는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예맥…., ()과 훈족은 원래 형제처럼 지내던 사이였지만, 북훈족이 선비족과 한나라에 의해 공격을 당하게 됐다. 선비족 역시 훈처럼 예맥과 형제처럼 지내던 부족이었다. 그런 선비족이 한()과 협력할 때 예맥은 내부 분열이 일어나 선비와 한의 조공을 받고 모른척 한 것이 원한을 가지게 된 것이었고, 예맥은 일절 분쟁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훈족이 앙심을 품고 부여를 공격한 것 때문에 원수가 되어 버렸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까르키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색은 여기까지속히 귀대 한다.”

!”

훈족의 병사들은 부장의 명에 대답한 후 재빨리 대오를 맞춰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진지 얼마 후 현우를 구했던 그녀가 동굴에서 나와 현우를 강 옆 자갈밭에 내려놓고 깨우려고 했던 것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현우를 바라보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 …. 정신을 차려놓고는 뭐하자는건지….”

몇마디 투덜거린 그녀는 이번에는 현우의 머리를 높게 되도록 돌을 받쳐 줬다. 아무런 문양도 없는 옷을 입었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확신을 가진 그녀는 잠시 더 그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당연했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은 당연히 아랫 사람을 보호해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특권을 누리고 사는 가문에는 당연하게 따라오는 의무이기도 했다.

해가 져물기 시작하는지 우거진 숲 너머로 노을이 번져가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 하게 물들었다. 하늘로 시선을 돌린 그녀는 햇살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눈을 감고는 입에는 미소를 베어 물었다. 방금 전까지 쫓기던 사람이 짓기에는 너무 평온해보이는 미소였다. 잠시 망중한을 즐기던 그녀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 깨어나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현우가 보였다.

깨어났군요. 당신은 어느 일족이죠?”

그녀는 깨어난 현우가 반갑다는 듯 이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현우는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뿐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대답을 기다리던 그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난 부여 부루 라고 해요. 당신은?”

부루라고 자신을 밝히자 현우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 실례가 많았습니다. 전 박현우 라고 합니다.”

현우의 대답에 부루는 아무런 말없이 잠시 현우를 쳐다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실례가 뭐죠? 그러니까…. 당신은 실례 라는 건가요? 아니면 전박현우?”

그녀의 말에 이번엔 현우가 말문이 막혔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현우는 다시 자신을 소개했다.

난 박 현우. 이곳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는게 많아.”

박현우…. 그래요. 이곳 사람은 아닐꺼라고 생각했어요. 옷에 아무런 무늬가 없네요.”

부루의 말에 현우는 자신의 옷을 내려다 봤다. 처음 출발할 때 특징 없는 옷으로 골라입었더니 그런 모양이었다. 일견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현우는 다시 말을 꺼냈다.

부루부여부루….부여!!! 백제사람인가요?”

부여 라는 성씨는 백제에서 스스로 고구려와는 다른 부여의 직계라는 의미로 붙인 성씨였다. 그래서 현우는 부루라는 여인이 백제인이라고 생각했다.

백제도 같은 씨족이긴 하지만 백제 사람은 아니에요. 그보다 몸이 괜찮으면 더 늦기전에 움직여야해요.”

부루는 현우에게 자신이 어디 출신인지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다. 현우가 같은 동족이라는걸 알았지만 지금은 같은 민족끼리도 경계선을 긋고 싸우는 실정이었다.

어디로 갈꺼죠?”

오라버니에게 가야해요.”

오라버니라면….”

우루 오라버니요. 몰라요?”

부루는 모르는 것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현우를 바라봤다. 현우는 그녀의 눈망울을 바라보니 꼭 자신이 알고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았지만, 차마 모르는 걸 안다고 할 순 없었다.

미안하지만, 모르겠네요. 아까 말했듯이 여기 사람이 아니라서요.”

히야, 오라버니 모르는 사람은 첨 보네요.”

부루는 꼭 신기한 물건을 본다는 듯 현우를 바라봤다. 현우는 그녀의 눈빛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이내 모른척 하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것보단, 움직이자고 했자나요? 난 여기 첨이라서 잘 모르니까 당신이 앞장서요.”

현우의 말에 부루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맞다. 당신 때문에 잊어버릴 뻔 했네요. 그럼 가요.”

부루는 별다른 말없이 앞장서서 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곰곰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백제인은 아니라고 했지. 부여라는 성씨를 쓴다면 분명 백제왕족 일텐데…. 설마 부여인 일까?’

현우가 그녀의 정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작스레 부루가 말을 걸어왔다.

당신이 같은 동족이라곤 해도 사실 완전히 믿을 순 없어요. 특히 현우라는 이름은 분명 지나족이 쓰는 이름과 비슷하구요.”

현우는 일순 말문이 막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부루는 밝다는 뜻이에요. 당신 이름은 무슨 뜻이죠?”

현우가 알기로는 부루는 분명 상추를 나타내는 옛말이자 북한말이었다.

부루는 상추라는 뜻 아닌가요?”

현우의 말에 부루는 심통이 난 얼굴이 되서 이내 외쳤다.

.. 그런 뜻도 있지만, 세상을 밝게 비추라는 뜻으로 아버지가 붙여줬단 말이에요!

현우는 웃음이 나왔지만, 그녀가 더 화내기 전에 말을 돌리려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이내 말했다.

내 이름은 깊이 있는 친구 라는 뜻이에요.”

현우가 재빨리 이름의 뜻을 알려주자 부루는 완전히 화가 풀린 건 아니었지만, 이내 말을 받았다.

으흠.. 친구가 무슨 뜻이죠?”

현우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 친구가 한국말 아닌가? 이거 말 한번 하기도 어렵네.'

"그러니까, .... 친구는.... ! 벗 이라는 뜻이에요!"

"? 그럼 좋은 벗 이라는 뜻인가요?"

좋은 벗, 오래된 벗, 변치 않는 벗…. 이런 뜻이라고 아버지가 그러더군요.”

좋은 이름이네요.”

현우는 그녀의 말에 빙그레 웃었다. 이상하게 그녀랑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꾸 웃음이 나왔다. 굳이 그녀가 현우가 궁금해 하고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과 닮았다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었다. 그저 편하고 자꾸 곁에 있고 싶을 뿐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서 사위는 어둠에 잠겨 버렸다. 다행히 적당한 달빛이 비추어서 밤이라고 걷는데 불편하지는 않았다. 현우와 부루 별다른 말없이 나란히 강가를 걸었고 고즈넉한 달빛만이 두 사람을 비출 뿐이었다.

 

 

"제길, 코일이 나갔다. 마이키! 마이클!! 어디야? 빨리와봐!"

모건은 수류탄이 터진 후 전송장치를 점검하다가 중앙에 설치된 핵심 장치인 코일이 망가진 것을 발견하고는 미친듯이 소리를 치면서 마이클을 불렀다.

"여기 있어요, 치프."

장치 아래에서 한참 뭔가를 하고 있었던 마이클은 전송 장치 아래에서 고개만을 빼고는 대답을 했다.

"마이클, 이리 올라와서 코일 좀 확인해봐."

"여기 아래쪽 계류 장치 확인 끝내고 올라갈께요."

"코일이 나갔는데 계류장치가 무슨 소용이야! 코일 부터 확인해봐!!!"

그래도 계류장치가 나가서 파워레벨이 80% 나오면 겨우 나올까 말까 밖에 안되요!”

마이클! 코일은 전송장치 핵심이야. 계류장치야 완충장치니까 정 안되면 직접 연결시켜도 상관없어! 우선 코일부터 확인해봐!”

모건이 다시 한번 강조하자 마이클은 이내 장치 위쪽으로 올라왔다. 마이클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였다. 전송장치 핵심 파트를 직접 디자인 하기도 한 상당히 뛰어난 재원이었다. 모건을 제외하면 가장 전송장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 진짜 다 나갔네요. 예전 실험할 때 쓰던 프로토 타입 코일이 실험실에 남아 있을 겁니다. 그거 가져다가 몇가지 변형만 해주면 한번정도는 버텨줄꺼 같은데요.”

마이클이 코일을 살펴본후 모건에게 말했다. 모건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마이클에게 짧게 물었다.

방법이 없나…. 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얼마나 걸릴꺼 같나?”

마이클은 이미 생각해둔게 있는지 이내 말했다.

대충 이틀정도 걸릴겁니다. 기본 틀은 같으니까 모양은 그대로 써도 되고, 추가된 편향 코일은 어차피 안정성 때문에 넣은거니까 빼두고스펙트럼 작동 수치 맞춰주고 프리즘에 따른 광학 반응도 맞춰주고이부분만 세팅하는데는 하루면 그만이고.. 문제는 지금 코일처럼 증폭을 시키도록 변화를 시켜야 하니까 그부분은 모양은 상관없어도 구조는 좀 바꿔야 합니다. 그것만 해도 최소 이틀은 걸리죠.”

모건은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작업중이던 다른 사람들도 모건이 생각에 잠기자 하던일을 멈추고 모건을 바라봤다.

이틀, 코일의 최소 부분을 맞추고 장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틀…. 최초 장착 후 오차 수정, 기타 웝업에 이틀…. 이것 만으로도 나흘…. 안정화 작업은 불가능하려나?’

좋아. 마이클 최우선적으로 자넨 코일부터 복원시켜. 다른 팀원들은 다른 파트를 맡아서 복구한다. 움직여!”

, 치프!”

모건의 명령에 모두 일사분란하게 자신이 맡은 부분으로 달려갔다. 모건은 우선 손교수에게 가서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건은 고개를 돌려 통역인 다니엘을 찾았다.

다니엘! 손교수 좀 모셔와!”

모건이 외치자 인터폰 옆에 있던 남자 하나가 수화기를 집어들고 컨트롤 룸에 연락을 취했다. 얼마 있지 않아서 얼굴이 창백하게 변한 손교수와 다니엘이 모건에게 다가왔다.

다니엘, 내가 말한 그대로 통역하게 알았나?”

, 치프

좋아, 그럼…. 우선 총 4일이 지나야 기계를 가동시킬 수 있고, 안정화 작업은 며칠 더 걸릴꺼야. 우선 이것부터

모건의 말이 끝나자 다니엘은 손강선 교수에게 그대로 말을 전달했다. 다니엘의 말이 끝나자 손교수가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최소 4일 동안은 못 돌아온다는 말인가요? 그리고 안정화 작업은 뭡니까?”

손교수의 질문이 끝나자 다니엘은 모건에게 말을 전달했고, 모건은 친절하게 답했다.

“4일이 최소한 이야. 그리고 안정화 작업을 시켜야 인체 전송이 가능해져. 이건 아마도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릴꺼야. 그러니 총 5, 6일은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이 되는거지. 그리고 안정화 작업을 끝낸다고 해도 전체 파워 레벨이 예전처럼 유지는 안될 테니까 최소한 인체 전송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5, 6일 걸리는 거야. 이 부분 확실하게 말해둬.”

다니엘이 모건의 말을 손교수에게 그대로 전달하자 안그래도 창백했던 손교수의 얼굴이 더 하얗게 변했다. 손교수는 넋이 나가서 말을 꺼내지 못했고, 모건은 짧게 목례를 하고는 작업하러 간다면서 사라져 버렸다.

컨트롤 룸에서는 회사 사장인 셔먼 콜린이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동굴이 기역자 형태로 구부러져서 불빛은 비치지 않겠지만, 연기가 빠져나가면 걸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불은 피우지 못한 채 잠시 눈을 붙였다. 동현은 많은 일이 걱정이 됐지만, 자신이 걱정한다고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두언의 충고대로 잠을 자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때 부스럭 거리며 누군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자는거 알고 있다. 난 바깥을 정찰하고 오겠다.”

짧게 한마디 던진 고두언이 동굴 바깥으로 움직였다. 동굴 입구 쪽에서 바깥 동정을 살피며 고두언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어두워졌군. 아마도 놈들이 돌아 올지 몰라. 잠시 시선을 분산시켰지만…. 어쩐다?’

아까 따돌린 훈족의 병사들이 이상함을 깨닫고 돌아올꺼라고 고두언은 생각했다. 하지만 고두언은 그들이 다른 민족과 마찰이 생길까봐 이미 귀환 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대신 다른 병사들이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 역시 모르고 있었다.

여기 흔적이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 때문에 고두언은 깜짝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고두언은 그 소리가 자신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는 것도 모를 정도 였다. 그때 언제 다가왔는지, 동현이 고두언의 어깨를 탁 쳤다.

저들이 하는 말…. 잘 알아듣겠죠?”

“…!!!!”

동현의 말을 듣고 고두언은 그제야 이상함을 깨닫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요. 아마도 저들은 우리랑 같은 민족인가봐요.”

….”

어떻게 할꺼죠? 이대로 나갈까요? 아니면 계속 숨어있을건가요?”

둘의 고민은 그리 길지 못했다.

동굴이 있습니다!”

외침이 들려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병사 세명이 동굴로 다가왔다. 그들은 이내 입구쪽에 숨어있던 고두언과 동현을 발견했다.

누구냐!”

앞장 선 병사의 외침에 뒤쪽에서 따라오던 병사 둘이 재빠르게 앞으로 나서며 고두언과 동현에게 창을 겨눴다. 동현은 말이 통하니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에 고두언을 밀치며 앞으로 나섰다.

우린 무기가 없습니다. 항복입니다.”

동현의 말에 병사들은 눈짓을 하더니 둘은 그대로 남아서 창을 겨누고 한명 만이 뒤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두언과 꽤 비슷한 느낌을 가진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떡 벌어진 어깨와 그리 크지 않은 키 등 단단한 바위가 움직인다는 느낌을 온 몸으로 뿜어내는 남자였다.

같은 동족인가? 난 부여 우루 라고 한다.”

, . 전 김동현 입니다. 이쪽은 고두언 이라고 합니다.”

? 지나족인가?”

? 지나 라면!!! 아뇨!!!!!! 아닙니다.”

우루 라고 자신을 밝힌 사내가 현우에게 부루가 했던 같은 오해를 했다.

, 아무래도 좋아. 난 누이동생을 찾으러 왔다. 부루 라고 하는데 본 적 있나?”

동현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고두언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때 고두언이 입을 열었다.

동굴에 숨기 전에 먼저 이곳에 숨어 있던 여자가 한명 있었소. 아마도 당신이 찾는 사람은 그 사람인거 같소. 저쪽 숲으로 사라졌지.”

고두언의 말이 끝나자 우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동현은 우루가 생각에 잠기자 고두언에게 눈짓을 보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고두언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 일 뿐이었다.

소구찬! 병사 다섯을 데리고 이곳에서 야영을 한 후 계속 수색해라! 난 귀환하겠다.”

우루는 생각을 끝내고는 이내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고두언과 동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날 모르나 보군. 그럴수도 있지. 근데 이상한건 부루를 모른다는 거야. 당신들은 같이 가도록 하지.”

우루가 말을 끝내자 병사 몇 명이 다가와 밧줄로 동현과 고두언을 묶으려고 했다.

아니 묶을 필요는 없다.”

우루의 명령에 병사들은 묶는 것은 그만뒀지만, 겨눈 창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동현이 우루를 향해 말했다.

----------------- 수정부분 ---------------------------------------

일행이 한명 더 있습니다. 동굴에서 쉬고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갈꺼면 같이 같으면 합니다.”

동현의 말이 끝나자 우루는 잠시 동현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은 병사 두명과 함께 지연을 데리러 동굴로 향했다. 동굴로 향하면서 동현은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에휴, 그래도 같은 민족인거 같으니 다행이군.”

동현은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동현이 지연을 데리고 나왔다. 우루는 그들이 나오자 바로 몸을 돌려 한쪽으로 걸어갔고, 병사들이 겨눈 창의 호위(?)를 받으며 동현, 지연 그리고 고두언이 우루가 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동현은 지연에게 지금까지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두언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묵묵히 걸음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에 아직 보름달이 되지 못한 약간 찌그러진 달이 웃음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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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더 있습니다. 동굴에서 쉬고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갈꺼면 같이 같으면 합니다.”

동현의 말이 끝나자 우루는 잠시 동현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은 병사 두명과 함께 우건과 지연을 데리러 동굴로 향했다. 동굴로 향하면서 동현은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에휴, 그래도 같은 민족인거 같으니 다행이군.”

동현은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동현이 둘을 데리고 나왔다. 우루는 그들이 나오자 바로 몸을 돌려 한쪽으로 걸어갔고, 병사들이 겨눈 창의 호위(?)를 받으며 일행은 우루가 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동현은 우건과 지연에게 지금까지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고두언은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묵묵히 걸음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머리 위에 아직 보름달이 되지 못한 약간 찌그러진 달이 웃음을 보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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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참 2011. 2. 11. 04:34

시간의 모래 (6)

 

*********

글은 순전히 본인이 마님이랑 놀려고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베껴 왔음.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

 

, 이제 다시 리셋 준비하고, 전력 레벨부터 체크 시작해….”

모건은 여러 번 장치를 가동시켜봤지만, 그때 마다 항상 걱정이 되고 또 다시 기계를 점검하고, 전력량을 체크했다. 전력량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다. 전력이 항상 일정량 공급이 되어야 워프를 시켜서 보낼때나, 반대로 되돌아서 워프 되어 올 때 분해, 재생성 과정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력 레벨을 서서히 처음부터 다시 올려가며 공급 하면서 장치의 각 부분을 하나하나 리셋을 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만 가장 안정적인 워프 전송이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보스, 레벨 포인트 제로에 도달했습니다. 리셋 준비 올 셋 입니다.”

그래? 그럼 자 내 신호에 맞춰서 모두 스탠바이.”

잠깐! 보스! 갑작스런 리턴 시그널입니다.”

모건은 리셋을 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장치를 체크하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 벌써 돌아온단 말야? 제길 아직 리셋이 안된 상태인데…. 별 수 없다. 우선적으로 바이오 시그널만 우선 순위로 잡고 거기에 맞춰!”

모건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워프 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방법은 하나 뿐이라고 생각하고, 인체 워프를 우선으로 잡은 것이었다.

시그널이 강해집니다!”

처음 장치를 가동시켰을 때처럼 16장의 유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부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30!!! 시그널로 봐서는 Choi Beacon 입니다!!!”

30초 남았다는 말과 함께 점점 더 빛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밖에서 보기에 점점 빛이 강해지다가 어느 순간 유리가 검은색으로 변하면서 내부가 안 보이는 상태로 변하더니 빛이 일순간에 사라졌는지 다시 투명한 유리로 변했다.

이런 Choi . 메디컬팀!!!”

모건의 외침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료팀이 재빨리 들것을 들고 워프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격납고로 들어섰다. 그때 그들은 불안정한 전송 때문에 최상곤의 신체 상태가 걱정이 됐을뿐 그가 이미 죽은 상태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의료팀이 재빠르게 최상곤을 들것에 실어 장치에서 내려섰다. 그 순간 충격이 왔는지 들것에서 최상곤의 오른팔이 툭 밖으로 삐져나왔고, 그의 손에서 무언가가 땅으로 떨어졌다. 바닥에서 무엇인가가 떼구르르 구르자 뒤쪽에서 들것을 밀던 금발의 사내가 발 밑을 바라봤다. 처음에 그는 무엇인지 몰랐다가 순간적으로 그 물건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경악해서 소리를 질렀다.

수류탄이다! 모두 피해!”

의료팀은 사내의 외침을 듣고도 몸이 굳어버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그대로 수류탄이 터졌다.

 

빨리 달려!”

현우가 숲으로 들어서자 앞서 가던 일행 중 우건과 동현, 지연이 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MB라는 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았고, 고두언 이라는 사내는 피할 곳을 찾는지 앞쪽 숲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현우가 달리라고 외치며 다른 일행들을 지나쳐서 고두언에게 다가서자 그는 별다른 말없이 일행의 속도에 맞춰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미리 숨을 곳을 봐뒀는지 그의 발길은 거침이 없었다. 숲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금새 나무들이 뜸해지며 시야가 트이는 지형이 나타났다.

지형으로 봐서 저기 앞쪽에 동굴이 있을 것 같군.”

고두언 이라는 사내는 꼭 혼잣말을 하듯 말을 내뱉었다. 누군가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금새 동굴에 숨자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무슨 곤란한 일이 있다는 듯 고두언이 또다시 말을 툭 내뱉었다.

미끼가 필요하군.”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일행은 동굴로 다가서던 발걸음을 늦추며 고두언을 바라봤다. 현우가 대표라도 된 듯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으로 봐서 한국인 일꺼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미끼가 필요하다는 건 뭐죠?”

고두언은 잠시 현우에게 시선을 던지고는 다시 지형을 살피며 짧게 말을 했다.

지형상 동굴이 있다는게 너무 눈에 보인다.”

..”

현우는 일순 말문이 막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 고두언의 말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말이었고, 그걸 자신이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현우는 고개를 돌려 우건과 동현이를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지연이를 본 후 그들에게 짧게 웃음을 던졌다.

고두언씨, 일행을 잘 부탁합니다.”

현우는 짧은 말을 던진 후 우건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 다음 뒤로 몸을 돌려 다시 숲이 무성한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우건과 동현의 외침이 들려왔다.

! 어디가!”

현우형!”

현우는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다. 마음속에선 뒤를 돌아보라고 외치는 듯 했지만 현우는 그냥 참았다. 그리고 빌고 또 빌었다. 지금 달려가고 있는 곳에서 오고 있는 기마대가 고구려나 백제인들의 기마대 이기를….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처음 멈춘 지역으로 금새 돌아왔다.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들어찬 숲이라서 말을 타고 들어오기는 힘들어 보이는 곳이었다. 현우는 그곳에서 발길을 멈춘 후 잠시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약간 큼지막한 바위 덩이에 몸을 숨긴 후 고개만 옆으로 내밀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째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데?”

그때 수풀을 헤치는 듯한 소리가 아주 조그마하게 들려왔다. 대충 15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옆머리를 박박 밀어서 이상한 머리를 한 병사 하나가 천천히 수풀과 땅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땅을 살피고 흙바닥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살피더니 이내 뒤쪽으로 몸을 날려 현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찰병인가? 무협지에서 보면 흔적을 살피는 추적꾼들이 있던데 그런 사람인가?”

역시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현우는 자신이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있어도 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사내가 사라졌던 곳에서 십여명의 병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을 보고 현우는 한숨 비슷한 것을 내쉬었다.

에휴, 저 문양은…. 흉노로구나. 망했다.”

현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숨어 있던 바위에서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무시하고 그저 달리기만 했다. 현우는 달리면서 생각했다.

뭐라고 하는거지? 에이, 지금 그거 고민할 시간이 있나…. 뻔하지 뭐게 섯거라. 내지는 잡히면 죽는다…. 등등 이겠지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가 뒤를 돌아봤다. 아까 보다 가까워진 거리를 느낀 현우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뛰기 시작했다. 계속 숲을 헤치면서 달리다가 갑자기 나무가 뜸해지더니 바위투성이의 계곡이 나타났다.

헉헉, 망했다.”

점점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며 현우는 재빨리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나무는 없어지고 달리기 힘든 바위투성이 계곡이라서 몸을 숨길 만한 곳도 없어 보였다. 사실, 숨을 곳을 찾는다 해도 뒤에서 쫓아오는 자들이 조용히 숨으라며 지켜보고 있을리도 없었다. 방법이 없어 무작정 바위를 뛰어넘으며 내달리다 보니 앞 쪽에 완만한 구릉이 나타났다. 현우는 무작정 구릉을 향해 뛰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자들과의 거리는 이제 숨소리 마저 들릴 정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화살이나 창을 던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생포하려는 생각인지 다행이도 화살이 날아오진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구릉을 다 올라가자 완만할 것이라 생각과는 다르게 반대편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세찬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이런...."

앞에 물이 보이자 현우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병사들의 기운이 느껴지자 현우는 그대로 강을 향해 뛰어들었다. 현우가 망설인 이유는 수영을 못하기 때문이었다.

"어푸푸푸"

물살이 많이 거센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수영을 전혀 못하는 현우에겐 상당한 물살이었다. 현우는 물위로 떠오르기 위해 몸을 바둥거렸지만 물살에 떠밀리고 아래에서 잡아당긴다는 느낌을 받으며 점점 물 아래로, 그리고 하류쪽으로 떠내려 가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수영을 못하는 통에 물 아래로 가라앉아 가다시피 떠내려 갔기 때문에 뒤에서 쫓아오던 병사들은 이내 현우를 놓치고는 현우가 있음직한 곳에 화살이나 창을 날리는게 고작이었다. 계속 떠내려가던 중에 물 위로 올라가려고 현우는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생각처럼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고 어느 순간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현우형! 현우형!"

우건과 동현은 달려가는 현우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 그러나 현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이런 제길...."

우건은 한마디 내뱉고는 이내 현우가 달려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한발 앞서 고두언이 우건의 앞을 막아섰다.

"이미 늦었다."

우건은 고두언을 한번 쳐다보고는 대꾸도 없이 그를 피해 다시 현우가 달려간 방향을 쫓아가려 했다. 고두언은 그런 우건의 목 뒤를 쳐서 기절을 시키버렸다.

"현우라고 했던가? 그 덕분에 우리가 살 확률은 높아졌다. 여기서 그를 쫓아가면 확률은 0이 되지."

그리고 그는 우건을 들쳐업고 동굴이 아닌 그 뒤쪽을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동현은 어찌할지 몰라 지연을 바라봤다. 지연은 이곳으로 온 순간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기마대가 나타난 순간부터는 아예 멍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동현은 그런 지연을 잠시 바라보다가 앞에서 우건을 들쳐업고 계속 멀어져 가고 있는 고두언을 다시 바라봤다.

".... 지연아 가자."

동현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지연을 부축해서 고두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지고 얼마 있지 않아서 동굴에서 자그마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 인영은 주위를 조심스레 둘러보더니 한쪽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숲으로 사라진 인영은 이내 다시 나타나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아주 다르게 딱딱한 돌만을 밟아서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움직임 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인영은 이내 사라졌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숲에서 병사들이 나타났다. 나타난 병사들은 땅을 살피고 풀의 상태등을 살피며 흔적을 찾았고 일부 병사는 동굴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굴을 살피던 병사들이 나왔다. 흔적을 살피던 병사들은 상관처럼 보이는 사내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두 방향으로 흔적이 나 있습니다. 동굴 뒤쪽으로 두세명 정도의 패거리가 사라졌고, 다른 한쪽은 한명인 것 같은데 발자국 크기로 봐서는 여자입니다. 그 발자국은 저 오른편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 동굴은?"

그러자 동굴 수색을 했던 병사중 한명이 앞으로 나섰다.

"동굴에 사람이 머문 흔적이 있습니다. 흔적으로 봐서 한명에서 두명 가량입니다."

우두머리 인듯한 사내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일행을 두패로 나눠서 추적을 하기로 했다.

"타르완이 세명을 데리고 오른편을 맡아라. 나머지는 나를 따라간다."

병사들은 두 패로 나뉘어 다시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이 사라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동굴 옆 수풀이 들썩이더니 사람이 나타났다.

"됐다. 이제 나와도 된다."

", 동굴에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래, 정확히는 아니지만 사람이 지낸 흔적은 있었다.”

동현은 고두언의 말을 듣고는 그가 생각보다 유능한 길잡이 겸 보디가드 라고 생각했다. 다만, 현우를 혼자 미끼로 내던진 것은 꺼림칙 하게 느껴졌다.

고두언은 잠시 동현을 바라보더니 동굴로 몸을 움직였다. 동현도 지연을 부축해서 동굴로 향했다.

동굴 안은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있고 내부가 기역자 형태로 꺾여 있어서 깊숙하게 들어가 있으면 끝까지 가보지 않는한은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일행은 이내 자리를 잡고 앉아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고두언은 허리에 두른 전낭(돈이나 자질구레한 용품을 넣는 옛날식 허리 가방)에서 육포 세 덩어리를 꺼내서 하나씩 나눠 줬다.

먹어라.  체력 유지는 생존에 필수다.”

동현은 말없이 받아든 육포를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음을 정한 듯 육포를 입에 넣고 씹으며 말을 꺼냈다.

꿀꺽아까 왜 현우형이 혼자 가도록 내버려 뒀죠?”

“….”

.... 비난 하려는건 아니에요. 뭐 나도 그냥 내버려뒀는데요, .... 그냥 생존 확률 어쩌고 하기래 궁금해서요."

동현의 말에 고두언은 묵묵히 육포만 씹고 있었다. 동현이 무안함을 느껴 다시 입을 열려고 할때 고두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누가 가건 상관은 없었다. 내가 가면 제일 좋았겠지만, 아까 뒤쫓아온 병사들 봤겠지? 추적자를 따돌리려면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현우... 그 사람 꽤 냉철해 보이더군. 쫓길 때는 당황하면 안된다. 그러니 내가 갈꺼 아니면 가장 제대로 일을 수행하고 또 정확히 판단해서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사람이라고 봤다. 아까 본 추적자 수가 10명 정도 였던 것만 봐도 그 현우라는 자.... 성공 한거지."

말이 없는 사람임에도 꽤 긴 설명을 마친 고두언은 이내 다시 침묵에 잠겨 들었고, 동현 역시 묵묵히 육포만을 씹기 시작했다.

 

현우는 자신이 죽은건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강물로 뛰어든 기억은 나는데 지금 느낌은 분명 물 속이 아니었다.

'용궁도 아닐테고, 결국 살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현우는 살며시 눈을 떴다.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닌지 시야가 어두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현우의 시야에 넓게 펴진 자갈밭과 그 너머로 흐르고 있는 강물이 보였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때에야 현우는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햇살을 등지고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깜짝 놀란 현우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때 현우를 내려다 보고 있던 인영이 입을 열었다.

"그냥 누워있어요."

현우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여자 목소리 였던 것이다. 놀라고 있는 현우에게 다시 여인이 말을 걸었다.

"그냥 가려다가 '그림이, 연교수님' 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네요. 같은 민족이라 그냥 갈 수 없어 구한거 뿐이니 고마워 할껀 없네요."

현우는 무언가 말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물에 빠져 죽을뻔 한걸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만, 아직은 몸에 힘이 들어오지 않았다. 현우는 자신을 구한 인영을 자세히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기절할 정도로 놀라버렸다.

"당신은.... 당신은...."

현우는 단 두마디를 내뱉고는 정말 기절해버렸다.


by 새참 2011. 2. 5. 00:15

시간의 모래 (5)

 

*********

글은 순전히 본인이 마님이랑 놀려고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베껴 왔음.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포근하다고 하더니 아침 햇살이 상당히 따사로웠다. 겨울 인데도 그럭저럭 따뜻한 날씨를 보여주는 하늘을 바라보며 손강선 교수는 통역인 다니엘과 함께 연구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일행이 장치를 사용해 과거로 가기 전에 확실한 위험성을 파악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느끼기에도 사장이라는 셔먼 이라는 작자 보다는 개발 실장 모건이 믿음이 갔기 때문에 그를 만나 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 마자 여러 전선이 얽혀 있는 모습과 전자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자 모건이 지휘실로 보이는 안쪽에서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손교수는 잠시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니엘의 재촉에 그를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Hey, don't lose numbers, check status now. power level....ok.... simulation status is 98% right? Ok, ok.... All lights are green, good to go. But, Jackson, run simulation one more. We must not to make any mistakes."

모건은 정신없이 명령을 내리면서 계속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며 무언가를 체크하고 다시 명령을 내리고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Chief, professor Son wants to see you"

다니엘이 말을 걸자 모건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 봤지만, 그가 한 말은 못 들었는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러다가 뒤에 서있는 손교수를 보고는 이내 상황을 짐작했다. 모건은 옆의 컴퓨터 기사 차림의 사내에게 작게 뭐라고 지시를 내리고 이내 손교수를 향해 다가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잘 잤나요?"

"덕분에.... 그보다 장치는 문제 없나요?"

"장치는 좋은 상태입니다. 레벨이 98%를 가리키고 있고,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봐도 상황은 낙관적입니다."

"그렇군요. 그 점은 다행입니다. 그보다 걱정되는건 예를 들면 이런 장치를 쓰다보면 의례 생기는 손실 부분이라거나 인체 전송의 위험이나 이런 부분은 어떻습니까?"

손교수의 질문에 모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모건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DNA 까지 스캔하기 때문에 전송과정에서의 손실은 문제 될것이 없습니다. 다만, 팩스처럼 퍼지 현상이 생기는데, 한두번의.."

"모건, 걱정 마시라고 말하게나. 시뮬레이션상에서 안전하다고 나왔잖은가?"

갑자기 들려온 말에 모건은 말문을 닫았고, 손교수도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회사 사장이라는 셔먼 콜린이 서있었다.

"Professor Son, 일찍 나왔군요. 준비할 것이 있다보니 모건을 잠시 빌려가야겠네요."

의례적인 인사도 없이 바로 모건을 데리고 한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셔먼을 바라보며 손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조만간 다시 한번 모건과 따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기회가 올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적당한 옷으로 갈아 입으세요."

현우는 안내가 하는 말을 들으며 Locker Room 이라고 적힌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커다른 행어가 있었고, 여러 종류의 옷이 꽉 차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한복을 비롯한 채대(허리띠)가 달린 옛날 복색의 동양옷들이라는 점이었다.

 

"휘유, 대단한데?"

우건이 휘파람을 불듯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현우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 별다른 말 없이 옷을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것저것 하나하나 살펴보니 정말 대단했다. 많은 연구를 한듯 각 시대별로 특색에 맞는 복색들과 각 나라별 특색에 맞는 옷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심지어 색목인이라고 불린 위구르인들의 복장과 대식국이라고 불렸던 로마의 복색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우와, 이옷 좀 봐. 이거 건채백화문양 이지? 대단한데?"

우건의 말에 모두 고개를 돌려 우건이 들어올린 옷을 바라봤다. 거친 마로 된 듯한 옷이지만, 문양은 상당히 화려해서 꼭 그시대 유물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옷이었다.

그들이 옷을 보며 감탄에 빠져 있을때 손교수가 주위를 환기 시키려는 듯 한마디 내뱉었다.

"구경은 나중에 하자. 시간 없다."

일행은 손교수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옷을 하나씩 들고 재빠르게 칸막이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서로의 모습을 보고 그들은 조금씩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이었지만, 과거로 간다는 부담 때문인지 크게 웃고 떠들지는 못했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역시 그 당시 옷으로 갈아입은 세 명의 남자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불만이 있는 것처럼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일행이 다가서자 그 중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남자가 대표인 듯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최상곤 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이야 모르셔도 될 테고, 앞으로 하게 될 여행을 책임질 사람입니다.”

손교수를 비롯해서 일행들은 모두 놀랐다. 대기 중이던 세 명이 모두 동양인 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한국인 일꺼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소개한 나머지 일행은 리밍바이(李明博) 이라는 중국인 남자 한명과 고두언 이라는 사람 이었다. 그들은 보기에도 일견 경호원이나 군인처럼 보이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었고, 특히 리밍바이 라는 사람은 이름처럼 간사하고 비열한 느낌을 주었다. 고두언 이라는 사람은 작은 키에 꽤 탄탄한 몸을 가진 듯 움직일 때마다 바위가 움직이는 느낌을 주었다. 서로 통성명을 끝내고 몇마디 더 주고 받기는 했지만, 그저 일상적인 인사 였을 뿐 깊은 이야기는 나누기 힘들었다.

 

"우건아, 이거이거 쟤들 분명 군인... 그니깐 용병 뭐 그런거 같지 않냐?"

현우가 같이 갈 일행으로 소개 받은 삼인을 가리키며 말하자 우건은 별 생각이 없었던 듯 그제야 제대로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듣고 보니 그러네. 그 말로만 듣던 용병인가 본데? 몸집이 큰건 아니지만, 단단해 보이네. 그리고 중국인이라던가? 암튼 그 인간은 꽤 쪼잔한 인상인데 그래?"

우건이 꽤 정확하게 봤다는 생각을 하면서 현우는 다시 한번 그들을 돌아봤다. 우건에게 뭔가 더 할 얘기가 있는 듯 입을 열려던 현우는 그때 사장이라는 셔먼과 모건이 들어서자 이내 입을 닫았다. 셔먼은 들어서자 마자 최상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바로 셔먼에게 다가가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상곤이라는 남자는 현우 일행이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꽤 큰 목소리로 따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미션까지 포함하면 이미 세번을 다녀왔어요. 그러니 난 빠지고 MB에게 맞기는게 어떨까요?"

"아니, 자네가 꼭 가주게. 그리고 가서 해야할 일도 잘 알고 있겠지?"

"MB에게도 미리 말은 해뒀습니다. 그러니 그에게 맡겨도 될텐데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있습니까?"

"안돼. 이번 일이 생긴 것도 결국은 자네랑 그 자식 때문이야. 그러니 딴 생각하지 말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도록 해!"

셔먼은 이번 일이 전부 그의 잘못이라는 듯 몰아 붙였다. 최상곤은 셔먼의 짜증섞인 목소리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체념을 담아 대답했다.

"Ok, boss. 어쨌든 이번 일이 마지막이니 퇴직금 겸해서 다녀오는 걸로 하죠. 돈이나 확실히 준비해두록 하쇼."

현우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확연하게 깨닫는게 있었다. 이번 일이 단순히 연교수를 데려 오기 위한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걸….

 

잠시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고 최상곤이라는 사람이 다시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이번 여행(?)의 주의점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 역사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테니 넘어가고, 중요한 것은 이 Signal Beacon 입니다. 각자 하나씩 받을텐데, 주변 15미터가 평평한 평지에서 작동을 시켜야 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하나만 작동 시켜도 5미터 반경 내에만 들어와 있으면 다 같이 워프 됩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대신, 한번 워프가 되면 12시간이 지나야 이곳에 있는 장치가 리셋이 됩니다. 그러니 도착하자마자 작동시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12시간이 지나서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 15미터 반경 내가 평평한 아무것도 없는 공터여야 한다는 것. 이 두가지만 잘 숙지하고 있으면 됩니다."

최상곤의 설명이 끝나자 발굴단 일행은 각자 하나씩 Signal beacon을 건네 받았다. 목걸이 처럼 목에 걸도록 된 조그만 펜던트 형태의 장치였다. 전면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윗부분에 달린 조그만 LCD창에서 남은 시간이 표시되고, 양옆에 있는 버튼을 동시에 같이 누르면 다시 전송이 시작되도록 된 장치였다. 아주 조그마한 장치였지만, 필요한 기능은 다 들어 있는 첨단장치였다.

"오호, 이거 정말 쪼그만데 있을 기능은 다 있는거 같은데?"

우건은 신기한듯 계속 신호 장치를 만지작 거리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런 우건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상황이건 항상 밝은 우건이 현우는 맘에 들었다.

"이넘아, 아까 설명 못 들었냐? 한번 작동 시키면 12시간 지나야 또 작동 가능하다고.... 그러니 버튼 잘못 누르면 또 기다려야 된다."

"형도 참. 내가 그 정도 기본도 없는 사람인줄 알아? 다 조심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물론 너야 기본이 되어 있지. 근데, 바로 그게 걱정이거덩."

"크흐흐... 역시 형은 날 너무 잘 아는거 같네. 그래도 그런 말도 안돼는 실수는 안 저지르니까 걱정 말라고."

"고럼고럼. 나야 항상 널 믿고 있지. 그러나 저러나 언제 출발하는 거지?"

현우는 우건과 주거니 받거니 만담 아닌 만담을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설명을 끝낸 최상곤은 다른 두명의 일행에게 지시할 사항이 있는지 몇마디를 빠르게 한 후 다시 몸을 돌려 일행에게 다가왔다.

"이제 준비가 다 됐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역사라던가 뭐 그런 부분 빼고 그 외 다른 부분은 우리 지시를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최상곤 이라는 사람은 뭔가가 불만인 듯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고는 일어서서 준비를 할게 있다며 방 밖으로 나갔다.

"준비 다 됐다더니 준비를 또 해? 이상한 사람이네."

우건이 짧은 소감을 내뱉었다.

"그러네. 역시 우건이 넌 멋져."

우리가 이런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 받고 있을때 정말 준비가 다 됐는지 셔먼과 최상곤이 들어왔다.

"여러분, 이제 준비가 다 됐습니다. 과거로 갈 마음의 준비는 다 됐나요?"

셔먼이 우리를 보며 친근한 척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어색한 그의 모습을 전부 느꼈는지 아무도 그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손강선 교수가 방으로 들어와 일행에게 다가왔다.

"모건에게 들으니 시뮬레이션 실험이 다 끝났다고 한다. 걱정 안해도 될꺼야. 장치는 전부 준비 됐다고 하니깐...."

교수님, 이곳 잘 부탁드릴께요. 저희들 걱정은 마시구요. 연소백 교수님, 꼭 모시고 돌아오겠습니다.”

현우가 손교수에게 인사를 하자 동현과 지연이도 이내 다가와 인사를 했다.

"교수님, 다녀올께요. 저희만 가서 죄송해요."

"교수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걱정 안한다. 내 대신 가서 구경 실컷 하다가 와라. 난 너희가 되려 부럽다.”

"... 그러게 말이에요. 디카나 캠코더 같은거 꼭 가져가면 좋을텐데.... 안되겠죠?"

우건은 인사 대신 넉살스럽게 말을 받았다.

"그건 그렇다더라. 모건이란 사람도 그렇게 말하고, 내가 생각해도 그건 안되지."

"역시 그렇군요. .... 진짜 아깝다. ... 근데 동현이는 안경을 썼는데, 안경이나 이런건 어쩌죠?"

"뭐 그런건 별 상관 없지 않을까? 대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몇백년 내에 유리 세공품이 나오니 그다지 큰 문제는 안될듯 하고...."

", 그런가요? 교수님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겠죠. 그러고 보니 아버지도 안경이랑 볼펜을 가지고 가신거네요."

일행과 손교수는 약간 들뜬 듯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교수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침울해졌다. 그때 셔먼이 일행에게 다시 다가와 선언하듯 말을 내뱉었다.

"이제 출발입니다."

 

최상곤과 나머지 두명을 따라 꼭 벙커 입구처럼 생긴 통로를 지나가니 격납고 같이 생긴 큰 창고가 나타났다. 일행이 다 들어서자 격납고 내에서 작업중이던 기술자들이 마지막 점검을 끝냈다는 신호를 했다.

 

격납고의 한가운데에는 대충 5미터 정도 높이의 원형 기계장치가 있었다. 사람 키 높이 정도의 둥그런 단상이 있었고, 버티컬 처럼 생긴 거울 같은 유리가 달린 장치였다.

", 이제 저 위로 올라서면 됩니다. 스캐닝은 이미 통로를 통과 하면서 끝났고, 전송 시간은 30초 정도면 끝나니까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전송 순간에 약간 통증이 느껴질텐데 원래 그런거니까 걱정 할거 없습니다."

최상곤이 일행에게 진행 과정에 대해 알려주자 듣고 있던 우건이 바로 대꾸를 했다.

"아주 참 빨리도 알려주네요. 통증은 심한가요?"

우건의 말에 최상곤은 약간 기분이 나쁜 듯 입매를 비틀며 내뱉듯 답했다.

"뭐 별거 아니니 걱정 할건 없을꺼야. 군대에서 낙하산 점프 하는 정도의 고통이니 말이야."

우건 역시 기분 나쁜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미국까지 와서 군대 얘기 들을 줄은 몰랐는데...."

"그만해, 우건아. 이제 출발해야지."

옆에서 듣고 있던 현우가 우건에게 한마디 하고는 최상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앞장 서시죠. 여러 번 사용하셔서 정말 잘 아시는거 같은데...."

최상곤은 현우의 말에 몸을 움찔 했지만, 별 다른 반응 없이 앞장서서 기계로 올라섰다. 맨 마지막으로 고두언 이라는 사람이 올라서자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버티컬 처럼 생긴 유리가 닫히기 시작했다. 16장의 유리가 촘촘하게 닫히자 이내 장치 안은 밀폐가 됐다. 그때 스피커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갑니다. 안전하고 확실한 전송을 위해서 카운트 10초부터 숨을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통역인 다니엘의 목소리가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고 나자, 모건의 목소리가 이어서 흘러나왔다.

"Now, initiating device.... 30 seconds to launch"

30초가 남았다는 소리에 현우 일행은 긴장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15 seconds to launch"

"10 seconds, hold your breath"

"숨을 멈추래!"

현우가 혹시라도 실수가 생길까봐 일행에게 모건의 말을 바로 알려줬다. 현우는 일행에게 모건의 말을 전하면서 자신의 손바닥이 흥분으로 땀범벅이 됐다는 걸 알고는 재빨리 허벅지에 문질러 땀을 닦았다. 그때 모건이 계속 카운트를 세는 소리가 들려왔다.

 

"Now, 5, 4, 3, 2, 1.... launch!!!"

순간 투명했던 유리가 거울처럼 변하면서 일행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더니 강한 빛이 7명의 일행을 감싸기 시작했다. 거울이 다시 유리처럼 투명해지는 것 같더니 이내 투명하다 못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순간적으로 빛이 더 강해지는 것 같더니 강한 압력이 일행을 눌러버리는 듯 한 느낌과 함께 순간적인 통증이 일행을 덥쳐왔다. 통증과 강한 빛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던 일행은 통증과 빛이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는게 느껴졌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던 현우는 바람이 느껴지자 눈을 살며시 떠서 주변을 둘러봤다. 시기는 모르겠지만, 분명 아까 그 답답해 보이던 격납고 같은 창고는 아니었다. 약간 갈색이 섞인 초록색 풀로 덮인 드넓은 초원에 그들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제대로 온건가? 이제?"

항상 그렇듯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우건이 가장 빨랐다.

"그런가 보다. 근데 여기가 정확히 어디지?"

역시나 항상 우건의 말에 대답을 하는 것도 현우였다. 다만, 현우의 질문에 답한건 최상곤 이었다.

"매번 똑같은 좌표로 오는건 아니고, 올때 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거 같더라고, 그러니 정확한 좌표는 모르지만 대충 현대의 장춘에서 10클릭... 그러니까 에....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라고 보면 맞을꺼다."

", 그럼 걸어서 이동해야 하겠군요."

"그래야 하지. 대충 5분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숲이 나오니까 그곳까지 이동해서 어떻게 할건지 결정을 하자. 여기는 너무 사방이 열려 있어서 좋은 위치가 아니야."

흥분되고 얼떨떨한 마음을 이내 다잡지도 못하고 최상곤과 두 사내가 이끄는데로 일행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5분 정도 걸었을까.... 완만한 구릉을 두개 정도 넘자 갑작스레 무성한 숲이 나타났다. 어디서 이런 숲이 초원 한복판에 있을까 싶은 그런 숲이었다. 일행은 좀 편히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발길을 숲으로 향해 옮기기 시작했다. 가까워 보였지만, 숲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때 우건이 불쑥 말을 꺼냈다.

"이거 이 시기에는 원래 지진이 많은가? 어째 땅이 흔들리는거 같은데?"

우건의 말에 현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우건을 돌아봤다.

"땅이 흔들린다고?"

", . 안 느껴져?"

현우는 우건의 말을 듣고는 몸을 숙여 땅에 손바닥을 가만히 대고는 무언가를 느끼려고 해봤다.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잠시 지나자 점점 땅이 울리는 느낌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손을 땅에 붙이고 잠시 멈추고 있던 현우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는 소리쳤다.

"이건, 분명 기마대야!"

"기마대? , 그게 무슨 말이지?"

현우가 소리치자 앞서 걷던 일행이 전부 발걸음을 멈추고는 현우를 바라봤다. 제일 앞에서 걸으며 일행을 이끌던 최상곤이 재빨리 현우에게 다가왔다.

"기마대라니? 무슨 말이지?"

"이 땅울림.... 이건 분명 말떼가 움직여서 생기는 걸꺼에요. 근데 이곳에 야생마가 떼를 지어 움직일리는 없을꺼 같고, 고구려나 백제, 아니면 중국 한나라 등의 기마대일 확률이 높아요."

최상곤은 우선 피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했는지 일행을 향해 재빨리 말했다.

"우선 피합시다. 모두 저 숲을 향해 뛰어요!"

그는 외치듯 말을 내뱉고는 그 자신이 먼저 숲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나머지 일행 역시 뭐가 어떻게 된건지도 모른채 막무가내로 최상곤을 따라 달렸다. 그러나 너무 늦게 알아챈 건지 일행이 숲에 도착하기 전에 땅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한무리의 말을 탄 병사들이 구릉을 넘어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일행을 발견 했는지 구릉을 넘자마자 일렬로 열을 맞추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말을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리가 꽤 벌어져 있어서 숲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피잉, 피잉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라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최대한 빨리 숲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겨!"

최상곤이 큰소리로 외치며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간간히 들리던 피잉 소리와는 다른 강렬한 소리가 들리며 화살 하나가 선두의 최상곤의 다리에 순간적으로 나타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빠르게 날아와 꽂혔다.

"으악"

최상곤은 달리던 상태 그대로 땅에 뒹굴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했기에 누구도 그를 챙기지 못한 채 그저 숲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맨 뒤에서 뛰던 현우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 최상곤을 바라봤다. 그때 였다. 최상곤이 뭐라고 외치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으아, 이 새끼들... 모두 죽어!"

현우는 맨 뒤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던 상태에서도 최상곤의 손에 들린게 무엇인지 알아봤다. 바로 수류탄 이었다.

'이런, 이 시대에 수류탄을 가져오다니!'

그러나 아까 순간적으로 생겨난 화살처럼 다시 화살 몇대가 날아와 최상곤의 몸에 순차적으로 꽂혔다.

"제길, ... 난 죽을 수 없어... 이런 곳에서 죽기 시... 싫어..."

최상곤은 무의식적으로 목에 건 펜던트에 손을 가져갔다. 현우는 숲에 다 도착해서도 시선만은 최상곤을 향해 있었다. 갑자기 빛이 생기더니 최상곤의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이내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12시간이 지나야 워프 장치가 리셋 된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화살이 하나 날라와 최상곤의 몸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최상곤의 몸이 사라졌다. 현우는 고개를 한번 내졌고는 이내 숲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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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참 2011. 1. 27. 19:33

시간의 모래(4)

 

*********
글은 순전히 본인이 마님이랑 놀려고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베껴 왔음.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

 

그 날 저녁 각각 개인실을 배정 받은 일행은 저녁식사 후 자연스럽게 손교수의 방으로 모이게 됐다. 과거로 간다는 것이 그저 단순한 여행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 전 갑니다. 아버지 찾아야죠."

역시 열혈청년인 우건이 가장 먼저 선언하듯 말했다. 바로 이어서 지연이가 말했다.

"이건 큰 기회에요. 그리고 교수님도 모셔와야 하구요. 저도 갈꺼에요."

우건과 지연의 말에도 손강선 교수는 별 말이 없었다. 큰 고민에 빠진 듯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일행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기만 하던 현우는 손강선 교수를 향해 말문을 열었다.

"교수님. 가느냐 안가느냐 자체는 이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가 역사학자기 때문이라는 그런 입장이 아니라 연소백 교수님을 모셔와야 하기 때문이에요. 아까 모건이란 기술자가 그랬죠? 무슨 신호기가 있어서 그걸로 이곳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다구요. 아마도 제 생각에 연교수님은 그 신호기를 잃어버리신게 틀림없어요."

현우의 단정적인 말에 손교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뇌에 가득찬 표정만이 가득했다.

"교수님."

현우는 손교수의 표정을 보고 그가 무엇을 고뇌하는지 깨달았다. 손교수도 현우가 알았다는 걸 느꼈는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래, 선택의 여지가 없지. 다만, 누군가 한명은 여기 남아야 한다는 것. 그게 나를 고민하도록 만드는구나."

현우는 손교수의 말을 듣는 순간 손교수 자신도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손교수가 남을꺼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그 방법이 최선이었다.

"교수님 말씀이 맞아요. 이 회사.... 빌어먹게도 믿을 수가 없네요. 그러니 누군가는 꼭 남아야 하죠. 하지만, 기계나 여러 전자장비에 관한 부분을 좀 알아야 문제가 생겨도 이 회사 것들이 맘대로 못하도록 바로 잡을 수 있으니까요. 결국, 교수님 아니면 동현이가 남아야 하는데, 동현이는 꼭 가야해요. 우리 중 중국어 할 줄 아는 사람은 동현이 밖에 없으니까요."

분석쟁이 현우의 말에 우건은 그제야 왜 이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자신은 참 편하게 세상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 난 또 과거로 가는게 무서워서 아무도 안나서나 이런 오해를 하고 있었다니.... 나 정말 한심하다."

우건이 약간은 자조적인 어투로 말을 꺼내며 현우를 바라봤다. 현우가 무엇인가 맞장구를 쳐주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현우는 우건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동현아. 같이 가줄꺼지? 많이 무섭냐?"

현우는 동현에게 도와달라며 부탁을 했다. 우건은 왜 동현이가 필요한지 이해가 잘 안갔다. 그래도 현우를 믿었기 때문에 묻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그 장치 설명 들었지? 아무리 웜홀이라고 해도 장치 자체는 분자 단위로 분해시켜서 다시 조립시키는 그런 장치일꺼야. 보낼 물체를 스캔 한다고 그랬잖아. 사람이라면 분자 단위를 넘어서 DNA 스캔을 하고 분해조립이 일어나는 그런 장치여야만 워프가 가능하단 말야. 그리고 난 그런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SF 영화 같은 일이 실제 한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고 말야. 분자단위로 분해됐다가 조립 과정에서 0.1 나노그램 정도만 어긋나도 그 대상은 어떻게 될까? 이건 아직 보고도 되지 않은 그런 일이라고...."

우건과 지연은 동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무서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알아 들었다. 그렇다고 생각을 바꿀 뜻은 없었다.

"동현아."

그때 손강선 교수가 입을 열었다.

", 교수님"

"네가 말한거 다 이해한다. 나도 무서울 지경이야. 그런데 난 역사학자기도 하거든. 그래서 꼭 가고 싶다. 그런데 이 회사를 믿을 수가 없구나. 누군가는 꼭 지켜야해. 그래서 내가 가고 네가 남는걸로 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 가려고 하는 곳은 현재는 중국 땅이고 그 시기에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새로운 나라를 세운 직후라 중국, 그러니까 아마도 한나라 겠구나, 그 나라랑 꽤 어수선한 상황일꺼야. 그런데 난 중국어 할줄 모른다. 그 곳으로 그 시기에 간다면 일행한테는 중국어를 할줄 아는 네가 꼭 필요할꺼다."

손교수의 말에 동현이는 상당한 고민에 빠진 듯 했다. 현우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고, 지연이 역시 별 말이 없었다. 그때 우건이 동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동현아, 너랑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사실, 난 뭐가 어떻게 된건지도 잘 모르겠고, 왜 네가 꼭 가야하는지도 잘 모르겠어. 근데, 현우형도 그렇고, 손교수님도 그렇고, 꼭 필요하다고 하는거 보면 그럴꺼야. 울 아버지 너도 어렸을때 부터 봐왔잖아. 아버지.... .. 나는 거기서 꼭 모셔올꺼야. 도와줘."

우건은 친구로써 동현이에게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꼭 필요하다는 논리적 설득보다도 우건의 솔직한 도움 요청에 동현은 지금까지 자신이 두려워한 모든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맞아, 너랑 난 친구지. 연교수님은 네 아버지고 말이야. ...나 정말 바보구나. 쓸데없는 걸로 고민하고 있고 말이다. 그래 가자."

동현의 자조어린 말을 듣고 우건은 눈물이 나려는지 고개를 들어 천장의 전등을 바라봤다. 현우는 우건과 동현이를 바라보며 그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그 자신이 역사학도 이기 전에 화학을 전공했기에 정확히는 아니지만, 이 회사에서 만든 워프 장치의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언급하지 않은 위험성이 상당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없었고 자신들은 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발굴단원 일행이 이런저런 고민으로 서로 다독이고 있을때 같은 시각 셔먼 콜린의 사무실에서도 은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셔먼, 나도 그들을 보내는 방법 밖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의 하긴 했네만,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하네. 이미 우리 실험은 실패했어. 그리고 아무리 우리가 웜홀을 발견했다고 해도, 인체전송의 위험성을 알게 됐으니 더이상의 실험은 무의미 하네."

기술 개발 실장이라는 모건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사실, 그 자신이 생각해도 여기서 중단하기에는 아쉬웠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실수가 생겼기에 위험한게 뻔한 실험을 계속 할 순 없었다.

"셔먼, 그들이 과거로 가서 연교수를 데려오면 전송 장치를 닫을꺼야. 아니 폐쇄 시켜야지."

셔먼은 물끄러미 모건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뒤쪽 책상에서 서류 처럼 생긴 무언가를 집어들어 모건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지?"

셔먼은 별 말없이 그저 한번 보라는 식으로 턱짓을 했다.

"...."

서류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모건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래 모건. 우린 이미 빚더미에 있는거야. 지금 우리가 포기하면 우린 다신 올라설 기회가 없어. 그리고 말야. 아무런 보고도 없이 우린 인체 전송 실험까지 했지. 윤리 위원회에서 가만 있을리라고 보나? 아마 그들은 우리 장치만 가져가서 자기들이 실험하면서 잘못은 모두 우리에게 뒤집어 씌울껄?"

셔먼은 탁자에 놓인 박스에서 시가를 하나 빼더니 입에 물었다. 그가 커팅 가위로 양 끝부분을 잘라내고 불을 붙이는 동안 모건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모건, 고민할 필요 없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저들 일행이 아니야.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확실하게 없애고, 실험을 성공시킬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야."

"무슨 생각인거지? 셔먼?"

모건의 질문에 셔먼은 시가를 깊게 한모금 빨아 연기를 내뱉었다. 그는 재떨이 시가를 내려 놓으며 모건을 행해 말했다.

"우리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 자넨 그것만 알고 있으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말야."

"자네, 뭘 하려는건가?"

모건은 20년 동안 알아온 친구 셔먼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번도 셔먼이 이렇게 낯설게 느껴진 적이 없었기에 모건은 갑작스런 두려움을 느꼈다.

"셔먼, 무슨 일을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우린 잘해왔어. 그리고 어떤 일이 있건 항상 자네 옆에 나도 있을꺼네. 그러니 바보 같은 일은 생각도 하지 말게나."

모건은 셔먼에게 자신의 진심이 전달되기를 바랬다. 그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셔먼은 웃으면서 모건을 꽉 껴안았다.

"그래, 친구. 우린 20년 동안 잘해왔지. 걱정 말아. 우린 잘 될꺼야."

셔먼의 말에 모건은 안심이 되는 듯, 등을 한번 두드려 준 후 셔먼의 사무실을 나섰다. 그는 다시 장비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실에 가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무리하진 말게나, 친구."

문을 나서는 모건의 등에 다가 셔먼은 나직히 말했다.

"어차피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거든."

나직하며 절박한 셔먼의 말을 모건은 듣지 못했고, 음울하게 사무실 안을 맴돌 뿐이었다.

 

 

", 괜찮을까?"

우건은 심정이 복잡한지 현우의 방에 와서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현우에게 말을 걸었다.

"뭐가?"

"아니.... 동현이가 걱정하는 것도 걱정이고, 아버지가 가 계신 시대가 서기 78년 이라고 했나? 그곳에 가보는 것도 걱정이고... 근데 형은 여기서까지 무슨 책이야?"

현우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상당히 두꺼워 보이는 책을 책장을 휙휙 넘기며 빠르게 보고 있는 중이었다. 우건의 말에 피식 웃은 현우는 책 제목을 우건이 볼 수 있도록 돌렸다.

"한국사 신론 3 - 고대 삼국의 성립과 숨은 비밀.... 저자 연 소백? 아버지 책이야?"

"그래, 교수님 책이야. 그리고 우리가 갈 시기의 역사이지. 공부까진 필요없고, 간단한 서두만이라면 너도 읽어두는게 좋을꺼야."

현우는 꽤 두꺼운 책의 어느 부분을 펴더니 우건을 향해 내밀었다. 우건이 슬쩍 보니 고구려와 백제의 초기 역사에 대해 기술한 부분인거 같았다. 큰 글씨로 '고구려와 백제의 유사성 및 백제의 성립 요건' 이라고 쓰여 있었다.

"내가 본다고 뭐 아나? 난 됐고, 형이 잘 보고 그냥 알려줘. 그게 더 편하지 난."

현우는 우건의 말을 듣고도 그저 웃기만 했다. 하지만, 그 웃음이 너무 자조적이라서 우건은 왠지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우건아. 아까 걱정이라고 그랬지? 사실 나도 무섭다. 떨릴 만큼 기쁘면서도 무서워."

현우의 말에 우건은 얼굴을 굳히며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우건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동현이가 말한거 잘 들었지?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물이 사람이야. 그런데 말이다. 그런 사람과 원숭이의 유전자는 2% 밖에 차이 안나. 그 장치가 동현이가 말한데로 DNA 구조 까지 스캔을 하는 식이라면 혹시 재조합 과정에서 조금만 실수가 일어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야. 그것만 해도 아주 무서운 일이지. 우선 뭐 조합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치자. 기술적인 부분은 모르니까. 근데 말야. 우리가 가는 시기면 백제가 생기던 시기야. 게다가 교수님 연구에 의하면 그 당시 고구려와 중국과 계속된 전쟁을 하던 시기였어. 잘못하면 우린 고대의 전쟁터 한복판에 떨어질지도 모르는거야.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교수님이 그곳에서 곤란을 겪고 계신 이유도 아마 그런 혼란한 시기라서 일꺼야."

우건은 현우의 말을 들으며 주먹을 꽉 지었다. 무언가 결심한 듯 현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 형 말은 어떤 상태건 위험할께 뻔하다.... 그말이지?"

"그래. 안 그랬다면 교수님은 이미 돌아오셨겠지."

우건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돌아가겠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았어 형. 그리고 이만 가볼께."

"그래. 푹 쉬어라."

우건은 현우의 방을 나와서 자신의 방으로 가지 않았다.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은 지연이 배정 받은 방 쪽 이었다.

 

똑똑

"누구세요?"

"지연아, 나야. 우건이"

노크를 하고 자신임을 밝혔지만, 방 안에서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았다. 우건이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방문을 두드리려고 할때 문이 열렸다."

우건은 좀 당황했지만, 지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 다른건 아니고... 그냥 잘 있나 해서...."

우건이 말끝을 흐리며 우물거리자, 지연은 그냥 별일 아니라는 듯 바로 답했다.

"잘 있어 물론. 그거 때문이면, 이제 좀 쉴까 하는데."

지연은 조금은 냉정하게 들릴 정도로 말을 했다. 우건은 섭섭했지만, 내색을 하진 않았고 이내 말했다.

"그래? 다행이다. 그냥 너한테 할 얘기가 좀 있어서, 물어 볼 것도 좀 있고...."

지연은 우건의 말에 좀 생각을 하고는 이내 결심한 듯 방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우건은 당연하다는 듯 문을 넘어서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다른 사람들 방과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우건은 방을 한번 쓱 둘러보고는 자연스럽게 방 가운데 놓은 의자에 가서 앉았다. 지연은 침대 쪽에 걸터 앉아 보고 있던 책을 들어 올렸다. 우건이 쳐다보니 현우의 방에서 본 바로 그책 이었다.

"아버지 책이군. 맞지?"

지연은 좀 놀랐다는 듯 책을 들어보였다.

"그래 맞아. 근데 네가 교수님 책을 다 아네? 역사에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당연히 몰랐지. 현우형 방에 갔다가 본거 뿐이야. 역시 너도 걱정이 되긴 하나 보구나?"

"당연하지. 그 시기는 매우 혼란한 시기였거든. 그리고 사실, 제대로 된 역사 정립이 안된 상태라서 뭐가 어떻게 된 시기인지 아는데 무리가 있는 시기야. 중국도 한나라 때고, 부여에다가 고구려, 백제까지 혼란에 혼란이 거듭된 시기니까 말이야."

지연의 말을 듣고 우건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역사를 빼놓고는 지연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구나. 현우형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 얼마나 위험한지도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우건은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꺼내려고 하다가 말을 잠시 멈췄다.

"뭔데?"

"...."

우건은 말을 꺼내려다가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신이 지연에게 가지 말라고 한다면 분명 그녀는 화를 낼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 혹시 또 사귀자 어쩌자 말하려고 온거면 이만 돌아가. 지금 어떤때인데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거야?"

우건은 지연이 먼저 입을 열자 반가웠다가 그녀가 한 말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이내 화가 났다.

", 내가 그런 놈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됐어.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중요한게 아니지. 지금 상황은."

", ...."

우건은 말을 잇지 못하고 말문이 막힌 것처럼 '' 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억울한 마음에 울컥 눈물이 솟구칠 것 같았지만, 그녀 앞에서 눈물을 보이긴 싫었다. 우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됐다. 내가 괜히 찾아왔나 보다. 그냥 푹 쉬어. 아침에 보자."

우건이 등을 돌려 방을 나서자 지연 역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건과 같이 있다보면 화가 나고 꼬투리를 잡는 자신이 이상하게 생각됐다. 그러다가 지금의 상황 때문에 불안한 심정을 우건에게 그저 쏟아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더더욱 우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항상 당당한 듯 굴었지만, 우건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런 자신이 싫었다.

 

우건은 지연의 방을 나와 복도를 멍하게 걷기 시작했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져 갔지만, 명확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자신이 멈춘 곳이 동현이의 방이라는 깨달았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는지 그곳에서 도란도란 거리는 대화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미안하다. 동현아. 가도 내가 가야되는데...."

"아니에요. 교수님. 저보다는 교수님이 이곳에 계시는게 맞아요. 그리고 제가 중국어 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고, 또 우건이 아버님을 구하러 가는건데 당연히 가야죠."

"...."

 

우건은 방안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듣게 되자 다시 한번 울컥 하며 눈물이 솟구쳤다. 그리고 동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다시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현우는 아마도 눈치 챈거 같았지만, 너에게 다시 이야기 해두어야겠다. 이 회사 사람들 분명 인간 전송 실험을 한거야. 그러니 이 사실 은폐 하려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여기서야 내가 지켜 보면서 막을 수 있는건 막을꺼다. 너는 현우랑 잘 연계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만 잘 해결해라. 이곳은 걱정 말고, 알겠지?"

"...."

"미안하다... 동현아."

 

우건은 계속 듣고 있기 힘든지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방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운 후에도 계속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생활은 예전에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아버지는 항상 강연과 연구에 바빠 얼굴을 보기 힘들었고, 아버지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더더욱 아버지가 하는 일을 외면했다. 동현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자주 집에와서 책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집으로 가곤 했다. 동현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다 보니 신경을 자주 못 쓰는 편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우건의 집에 자주 놀러오곤 했던 것이다. 그 영향인지 동현이는 컴퓨터를 전공했으면서도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결국은 유물 분석을 전문으로 하게 됐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미술 전공이다 보니 아버지가 가끔 감정을 부탁하기도 했다. 동양 미술을 전문적으로 전공한 건 아니었지만, 한때 꽤 빠져서 연구를 한적도 있었기에 다른 문외한 보다는 나았고, 그러다 유물을 가지고 온 지연이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이번 유적 발굴 역시 아버지 보다는 지연이 때문에 따라나섰다고 보면 맞았다. 우건은 그런 자신이 싫었다. 아버지가 위험에 빠져 있는데 여자 생각이나 하는 자신이 한심했고, 반대로 지연이가 걱정이 되서 미칠 것 같았다.

 

우건이 동현이와 지연이 생각을 하면서 뒤척이고 있을때 현우 역시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현우는 교수님이 걱정되고, 지금 상황도 걱정이 됐지만, 자신이 발굴하던 유적에 더 큰 관심이 갔다. 어쩌면 그 시대로 가서 그 무덤의 주인을 만나 볼 가능성도 있는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지금 상황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정리를 시작했다. 어떤 점이 위험한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 이 회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떠오르는 생각은 많았지만, 명확한 것은 하나도 없었고, 그러다 이내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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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참 2011. 1. 24. 13:43

시간의 모래 (3)

 

*********

글은 순전히 본인이 마님이랑 놀려고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베껴 왔음.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

 

Jet 라고 하더니 정말 콩코드 비스무리하게 생긴 비행기를 회사에서 보내왔다. 꽤 날렵하게 생긴게 빠를꺼 같았다. 외국에 나가 본적이 있는 발굴 단원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빠르니까 편하게 갈꺼라는 둥 조금은 들뜬 상태였다.

비행기는 가볍게 착륙을 한 후 개인용 격납고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전화 통화 한게 대략 16시간 전이니깐 대충 샌프란시스코 까진 14~5시간 정도 걸린다는 거겠지?”

현우가 제일 먼저 생각한건 얼마나 걸리나 였다. 옆에서 같이 지켜보고 있던 우건이 그런 현우에게 핀잔을 줬다.

, 형은 이런 자가용 비행기를 보고 첨 한다는 말이 몇시간 걸린다는 거야? 차라리 멋지다, 정말 빠르게 생겼다, 이런 감상을 말해야지.”

현우는 우건의 말에 바로 반박을 했다.

얌마, 내가 공대생 출신이다 보니 이런 경우에는 바로 계산부터 하게 되는 것 뿐이야.”

에이, 그러면서 추억이 어쩐다이러면서 역사가 어떻고 소리나 하지 말던지.”

우건이 핀잔을 주자 현우는 그저 쓰게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 가슴쪽 윗주머니에 넣어둔 사진을 가만히 꺼내 보았다.

현우의 발굴 작업은 상당히 진척이 되어서 석관 위쪽 부분에 부조된 형상은 그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사진 속에는 투박한 형태로 조각된 남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누워서 서로 한 손씩을 가슴위로 뻗어 맞잡은 형태로 되어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남자로 보이는 부조의 왼팔이 팔꿈치 부분이 잘린 형태라는 것이었다. 풍화 됐거나 유실된 형태라고 보기에는 너무 확연하게 보이도록 조각이 돼 있어서, 결국 남자는 왼팔이 팔꿈치 부분부터 없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현우는 그 사진을 바라보며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외팔이가 됐으며 이 정도까지라도 무덤을 만들 수 있는 위치가 됐고, 또 고대 무덤 형식과는 다른 부부 합장(이 부분은 아닐 수도 있지만, 상당한 근거로 맞을꺼라고 생각했다.)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현우가 한참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옆에 있던 우건이 현우의 어깨를 툭 밀었다.

, 이제 타래.”

현우가 고개를 들어보니 손교수님이 제일 먼저 비행기로 올라서고 있었다. 그 뒤로 일행 몇 명이 뒤이어 짧은 계단을 밟고 비행기로 탑승을 하고 있었다. 결국 우건과 현우가 맨 마지막으로 탑승을 끝냈고, 비행기는 급유를 해야 하는지 30분여를 격납고에서 머물다가 이륙을 했다.

 

, 그런데 형, 이거…. 밥은 줄까?”

꿈나라에 빠져 있던 현우에게 우건이 툭 말을 던졌다. 현우는 비몽사몽 하다가 우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외팔이가 이런.... …. 뭐라고?”

아허, 꿈꾼거야?”

현우는 잠시 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이내 자세를 바로 했다.

아 그래. 잠시 공자님 좀 만나고 왔지.”

현우의 말에 우건은 낮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어깨로 현우를 밀며 다시 물었다.

, 헛소리 그만하고…. 여기 밥은 주냐고..”

그러겠지? 안주면 안돼~”

현우와 우건이 헛소리로 개그를 하고 있자 일행 중 손교수의 제자라서 컴퓨터와 기계 전문가이면서, 중국어에도 능통한 요상한 괴짜, 동현이가 투덜거렸다.

, 거 좀~ 자고 있는데 왜 깨우고 그랴?”

우건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아, 미안미안, 그래도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한 거자나~”

우건의 넉살에 동현이도 맞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그래, 잘 때 자더라도, 먹고 자야겠지. 근데 진짜 밥 때 된거 같은데 안줄라나?”

동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앞 쪽 커튼이 열리면서 부기장쯤 되어 보였던 남자가 나타났다.

“Ok, everyone, we just prepare frozen food. It’s not a restaurant meal, but has quiet some taste. Please, enjoy your meal.”

현우는 부기장으로 보이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그냥 주면 될꺼지 변명은…. 어차피 공짜 비행긴데 뭘 더 바랄까.’

남색 바지에 흰셔츠를 입고 다시 남색 타이를 멘…. 전형적인 flight crew 로 보이는 남자가 카트에서 다섯개의 접시를 꺼내 하나하나 일행이 마주보고 있는 탁자에 올려 놓았다. 발굴단원 전체 인원은 총 12명 이고, 처음 예상과 달리 5명만이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자체도 자가용 비행기라서 그런지 대략 7명에서 8명 정도 정원인 비행기 였다. 5명이 출발하게 된 이유도 역시 비행기 좌석이 7~8개 밖에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고, 며칠을 미국에서 보내야 할지 모르는데 많은 인원이 발굴지를 비울 수 없다고 김교수님과 손교수님이 강조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손강선 교수, 연우건, 정지연, 김동현, 그리고 강현우 이렇게 다섯만 출발하게 된 것이다. 일행은 왠지 전자레인지 식품 같아 보이는 이상한 닭고기 스파게티와 빵을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기 시작했다.

일행 모두 밥을 먹기 시작하자 말이 없어졌다. 당연히 연교수의 행방에 대한 의문과 걱정 때문이었다. 모두 머릿속이 복잡한지 꾸역꾸역 음식을 입에 넣는데만 열중 하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에도 비행기는 착실하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13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공항 격납고에 이미 회사에서 보낸 대형 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일행은 이곳이 바로 실리콘 밸리 라고 불리는 첨단 산업의 메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첨단 장비를 만드는지 화려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회사들을 비롯해서 벤쳐 회사 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건물들의 집합체들까지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버스는 한시간 가량을 이동해서 팔로 알토 시 부근의 큰 규모는 아니지만, 깔끔한 어느 건물에 차를 세웠다. 버스가 입구를 지날 때 일행은 ‘Motion n’ Mobile – Move Wherever, Whenever You Want’ 라고 써진 대형 구조물 형태의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이거 이상한데? 왜 이런 회사에서 우리한테 자금을 대준거지? 여긴 그냥 첨단 전자장비 만드는 회사 같은데 말이야.”

현우가 가장 먼저 회사에 대한 감상 아닌 감상을 내뱉었다.

역시…. 현우형은 그럴 줄 알았어. 요 회사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분석을 내놓을 줄 알았다구. 에휴, 어쨌든…. 이제 아부지 보는 건가?”

우건이 장난처럼 시작해서 걱정으로 끝나는 말을 내뱉자, 모두의 마음이 무거워 졌다. 우건을 뺀 일행들은 연교수가 이곳에 있나 하는 부분에서는 반신반의 상태였다. 성분 분석과 탄화도를 보는 측정에서 너무 명확한 결과가 나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대략 2000년 정도 전의 중국 길림성 장춘 근교에 있을꺼라는 생각도 하진 못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였으니 말이다.

일행은 회사에서 나온 Chief Engineer 라는 사람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응접실 인지 연구실인지 이해가 안되는 이상한 장소로 안내 되었다.

 

이거이거 사무실도 아니고 접객실도 아닌거 같고, 아무리 봐도 컴퓨터랑 여러 전자부품들도 그렇고, 무슨 연구실 비슷한거 같은데?”

모두 약간은 긴장하고 얼어 있는 상태에서 현우의 분석이 제일 먼저 이루어졌다. 맞상대는 역시나 우건이 했다.

형은…. 역시 멋져.”

….”

?”

아니, 어째 비꼬는거 같아서.”

, 내가 형 좋아하는거 알지? 그래서 그런거야.”

그렇구나. 역시, 내 인덕은….커험….”

현우와 우건은 실없는 말로 주거니 받거니 장난을 치다가 손강선 교수의 눈빛을 받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런 침묵의 시간이 손교수 자신 마저도 싫었지만, 당장은 연소백 교수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차서 그런 장난을 들어줄 여유가 손교수 본인에겐 없었다. 잠깐 더 시간이 흐르자, 아까 Chief Engineer 라고 밝힌 사람과 삐쩍 마른 몸매에 성깔 더러워 보이는 남자 하나, 그리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아마도 통역으로 데려온 듯한 남자 한명 이렇게 세명이 연구실인지 사무실인지 모를 이상한 방에 들어왔다.

“Hello, nice to meet you guys. I’m Sherman Collin, CEO of this company.”

삐쩍 마른 남자가 영어로 자신을 소개 하자 옆에 있던 동양인 남자가 곧바로 통역을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이분은 이 회사 CEO 신 셔먼 콜린 씨십니다. 그리고 전 통역을 맡은 다니엘 채 입니다. 그냥 편하게 다니엘 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 후부터 다른 두 미국인과 다섯 한국인 사이에 통역을 낀 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대화라고 했지만, 주로 말하는 사람은 회사 사장과 개발 주임(?) 정도 직책을 가진 Morgan L. Paton 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잠시만요. 이 회사의 원래 설립 목적이 한마디로 워프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겁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한시간 가까이 설명을 듣고 묻고 하다보니 여러가지를 알게 됐는데 그중 가장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바로 이 요상한 회사의 목적이었다. 분석이 특기(?)인 현우가 가장 먼저 따지듯 물었다. 그 후 돌아온 답변은 그렇다였다.

모건 이라는 개발 실장의 말에 의하면 팩스처럼 3D 물건을 스캔해서 다른 장치로 보내는 실험을 하고 어느정도 성공 단계에 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건이라는 사람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현우는 대략적으로 알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질문을 던졌다.

“Ok, Mr. Morgan. Frankly, I don’t understand about specific technology and can’t believe that this dream thing came true. However, I trust you guys, because I realize there’s something going on with us, right?”

현우는 통역을 통하지 않고 사장이라는 셔먼이라는 자에게 직접 말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개발 실장 이라는 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건이라는 개발 실장은 현우에게 양해를 구하며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의 프로토 타입은 단거리 이동은 이미 성공을 했습니다. 15야드…. 그러니깐 대충 13~4 미터 정도 단거리 이동은 성공했습니다. 두단계씩 건너뛰는 이동도 가능하기 때문에 15야드, 15야드 두번에 걸쳐서 이동하는 실험도 성공을 했습니다.”

모건은 목이 타는지 앞에 놓은 맥도날드 음료수 컵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그런 후 어찌 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남은 과제는 장거리 이동, , 우리 회사의 진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험에 착수 했습니다.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미국의 한가운데인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 시티 근교에 중간 기착지가 될 실험실을 짓고, 플로리다주 탤러하시 근처에 종착지가 될 실험실을 지어서 역시 두단계를 이동하는 장거리 점핑 실험에 돌입 했지요.”

모건은 무언가 착잡한 듯 잠시 말을 끊었다가 목을 한번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험은 실패였습니다. 중간 기착지인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모건의 말이 끝나자 마자, 우건이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실험 실패랑 우리 아버지랑 무슨 연관이 있는거죠? 당신네 회사의 실험 따위를 듣고 싶은게 아니라 울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가 궁금한거라구요, 우린.”

우건아, 잠깐만 아마도 이 회사에서 한 연구에 문제가 생겨서 연교수님께도 문제가 생긴거 같다. 기억 안나? 교수님 안경이랑 볼펜, 그리고 양피지에 쓰인 문구 말야.”

현우의 말에 우건은 말문이 막힌 듯 잠시 멈칫거리다가 모건을 향해 계속 말하라는 듯, 그러나 꽤나 도발적으로 턱을 끄덕 거렸다.

모건은 그런 우건을 보고도 별반 기분 나쁘다는 기색없이 바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실험이 실패하고 우린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걸까? 대상체는 어디로 사라진걸까 하고 말입니다. 여러 토론이 이루어졌고, 서로 비난을 하고 말도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정확히 10일이 지난 후 대상체가 플로리다주 탤러하시에 나타났습니다.”

모건은 다시 목이 타는지 음료수를 들이켰다. 다섯 한국인은 답답했지만, 꾹 참고 그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 이후 우리는 어떻게 된건지 알아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보내는 대상이 되는 물체에 Signal Becon을 달아서 보내는 기술을 개발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방식으로는 장거리 이동은 불가능 했지만, 사라진 대상을 바로 이곳으로 언제든 불러올 수 있게 됐죠. 여러가지 방식으로 실험을 해봤고, 알게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건 사라진 대상은 최대 10일까지 사라질 수 있고, 불러올 수 있는 시간 역시 최소 12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 후 갑자기 궁금해진게 있었습니다. 대체 어디를 갔다온걸까? 하는 것 말이죠. 그래서 우린 조그만 초소형 카메라를 보내봤습니다.”

모건은 말을 맺은 후 탁자 중앙쯤 놓인 이상하게 생긴 콘솔을 집어 들고 몇가지 버튼을 조작했다. 그러자 연구실 같은 이상한 방의 한쪽 벽에서 하얀 스크린이 내려왔고, 불이 꺼졌다. 그는 계속 콘솔을 조작해서 몇 개의 사진을 화면에 띄워 놓았다. 여러 사진들 속에는 주변의 경관이 잘 나와 있었다. 30초 단위로 사진을 찍으며 회전하도록 만든 카메라인 듯 360도를 돌 듯 주변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약간 무성한 나무가 간간히 보이고, 대부분 목초지 처럼 보이는 초록색 벌판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게 어디죠? 이렇게 봐서는 어딘지 전혀 모르겠는데…. 좌표를 알만한 기준이 없네요.”

현우가 사진을 보고 생각난 부분을 말하자 모건이 현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몇번을 보내봐도 같은 곳의 사진만 볼 수 있었죠. 그러다 셔먼이, 의견을 냈습니다. 카메라를 하늘로 향해서 밤하늘을 찍어보자구요. 그럼 별자리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꺼라구요. 그래서 우린 그렇게 했습니다.”

그는 다시 콘솔을 조작해서 밤하늘을 찍은 사진 몇장을 화면에 띄웠다. 몇몇 별자리가 찍힌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제 예상인데 이곳은 아마도 중국 길림성 장춘 부근이겠죠?”

현우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모건을 향해 말했다.

맞았어요. 장소는….”

모건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현우에게 더 유추해보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현우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모건과 셔먼, 그리고 통역인 다니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그들의 표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진실이라는걸 발견하고는 경악과 허탈이 섞인 이상한 음성으로 말을 시작했다.

설마, 저 사진속 별자리가 2000년 전 장춘 인근이라고 주장하려는건 아니죠?”

모건은 현우를 바라보며 좀 놀랐다는 표정으로 이내 말을 꺼냈다.

꽤 현명한 청년이군요, 당신은. 맞아요, 2000년전, 정확하게 서기 78의 장춘 인근 입니다.”

모건의 대답에 현우는 인상을 잔뜩 쓰고는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라는 소리만 계속 내뱉고 있었다. 그런 현우의 모습을 보며 우건은 속이 검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미술 전공인 우건은 이런 기술적인 이야기나, 예상해서 답 맞추기 등에는 잼병이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지켜보기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결국 현우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 현우형, !”

우건이 계속 불렀지만, 현우는 얼이 빠진 듯 인상을 쓰고 계속 혼자만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

다시 한번 소리쳐 부르자 흠칫 놀란 현우가 우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나 지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러니깐 형이 좀 속 시원하게 설명 좀 해봐. 대체 우리 아버지 어떻게 됐다는 거야?”

현우는 우건의 질문을 듣고도 정신을 못차리겠는 듯 계속 인상을 쓰고 있다가 모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한 얘기 전부 사실 입니까?”

맹세 하건데, 전부 사실입니다.”

모건의 말이 끝나자 현우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 다음 걱정스런 표정으로 우건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나도 얘네들이 말한 장거리 워프가 가능한지 어떤지는 이해 못해. 알지도 못하고. 암튼 방금 얘가 한 소리가 다 사실이라고 하니깐…. 한마디로 이것들 장거리 워프 기술 연구하다가 만든 기계가 타임머신 이었나 보다. 아니, 타임머신은 아니고….뭐라고 해야하지? 그래, 정확하게 말하면, 서기 78년의 중국 장춘 지역과 연결된 웜홀을 여는 장치였나 보다. 네 아버님은 지금 서기 78년의 장춘 지역….그러니까 우리가 발굴중인 유적 근처에 계신거야.”

우건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래? 나 이해가 잘 안가지만, 암튼 얘네들이 그….78? 그 시기의 발굴지로 연결된 그런 기계를 만들었다는거지? 근데 그거랑 우리 아버지랑은 무슨 상관이지?”

현우는 다시 인상을 쓰고 모건과 그 일당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만약, 너라면 네가 타임머신과 비슷한 그런 장치를 우연으로라도 발견했다면, 넌 그거 실험 안해볼래? 쟤들 이미 사람을 보내 본거야. 그러다 무슨 문제가 생겼을테고, 연교수님은 그 시기 생활이나 관습에 대해 꽤 잘 알고 계신 전문가니까 그 문제를 해결하자고 아마도 조언을 들을 겸 이곳으로 모신걸테고 말야. 그런데 말이다. 네 아버님 이라면, 위험하고 어쩌고를 떠나 그 시기 그 장소에 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그 실험에 뛰어 드셨을 분이야.”

우건은 현우의 말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듣고 있다가 마지막 부분만은 알아 들을 수 있겠다는 듯 표정이 바뀌었다.

그러니까 지금 형 말은, 얘네들이 개발한 장치로 78년인가 언젠가 하는 과거로 가 계시다는거야? 지금 형이 말하는게 그거 맞아?”

그래.”

현우는 우건에게 대답을 해주고는 다른 일행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연이와 손교수의 얼굴에는 이미 그곳에 가고야 말겠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동현이는 손교수가 전공을 보고 뽑은 제자 답게 지금까지의 대화를 대충은 이해할 수 있었던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현우는 그런 일행을 바라보다가 다시 모건쪽으로 시선을 주면서 말했다.

우리를 또 부른 이유는 아마도 우리 역시 그곳 그 시기의 전문가 이기 때문이겠죠? 실험을 계속 하려면요. 맞나요?”

모건은 현우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얼굴을 조금 붉히면서 시선을 외면했다. 그때 계속 조용하던 셔먼이라는 사람이 비열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You’re partially right. We need experts, if we wanted to bring back professor Youn from there.”

현우는 셔먼의 말을 듣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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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참 2011. 1. 21. 13:48

시간의 모래 (2)

 

*********

글은 순전히 본인이 마님이랑 놀려고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베껴 왔음.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

연소백 교수의 아들 우건은 정말 걱정이 되는지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되지도 않는 영어를 섞어가며 계속 통화를 하다가 화가 나는 위성전화기를 던져버렸다.

"에이 씨발, 자꾸 모른다고만 하고 말야. 자식들 대체 뭐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현우가 안되겠다는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러서 우건이 통화를 하던 마지막 번호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위성전화 특유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신호가 가더니 상대방이 이네 전화를 받았다.

"Hello?"

"Hello, how can I help you?"

회사에 전화했을때 나오는 교환원 특유의 멘트를 듣게된 현우는 피식 웃으며 이내 용건을 꺼냈다.

"This is the base camp of the Archaeology Discovery Team. Can I speak with Professor Youn?"

"Professor Youn? Who is that guy?"

"Hey, your company's paying all fund for us. If you don't know about that, you should switch the phone to your CEO. He could know everything."

"...."

갑작스럽웠는지 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Hey, hello? anybody there?"

"Hello, who is it?"

현우가 자꾸 소리를 치는 중에 갑작스럽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인걸 보면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왔다.

"Huh, this is the base camp of the discovery team. Can I speak with Professor Youn? He had come back here a week ago, but he didn't. He went to see you guys already couple of weeks ago."

"Ok, he is here now. However, he can't speak right now."

현우는 어이가 없는지 갑작스럽게 한국말로 내뱉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야?"

현우의 영어실력에 놀라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우건은 현우가 내뱉은 말에 놀라 마구 소리치기 시작했다.

" 자식들 모른다고 난리지? 이것들을 그냥!!! 아후~"

현우는 그런 우건을 바라보며 잠시 심호흡을 했다.

"Ok, we're gonna visit your company. Probably, professor Youn needs our help. Well, your company is...right! 'Motion n Mobile' in San Fransisco. isn't it?"

"...."

역시나 상대방은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벌써 2 넘게 연락이 없는 교수님을 찾아가는거니 그곳이 지구 반대편 미국이라고 해도 가야만 했다.

"Hello? Are you there?"

"Yes, yes. Well, Are you guys gonna come to visit us? I'll send the jet for you guys."

"Huh? Uhm.... It's been already late, also, sorry, but.... who am I talking to?"

"Hahaha, don't worry, not a problem. I'm the CEO of Motion n Mobile."

현우는 깜짝 놀랐다.

'이런 제길, 물주 였구만.... 누구 놀리나?'

속으로는 욕을 했지만, 입에서는 친절한 말이 나왔다.

"My appology, I didn't realize that. Also, appreciate for the flight."

"Hahaha, no problem. Just enjoy short trip. I expect seeing you guys."

"Thank you, and nice talking to you, Sir."

전화를 끊고 현우는 입술을 삐죽였다.

"웃기고 있네, 부자라고 광고하나?"

옆에서 지켜보던 우건은 급한 바로 물어왔다.

", 어떻게 된거야?"

"아아, 물주께서 자가용 비행기 보내준단다. 그거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물주네 회사 가보면 교수님 어떻게 된건지 있겠지."

우건은 현우의 말이 그럭저럭 맘에 , 그래도 얼굴을 폈다.

" 맞다. 근데 누구누구 갈꺼야? 우건이 가야할테고, 누구 갈거냐?"

갑작스런 현우의 말에 주변에 모여 있던 8명의 유적 발굴대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모두 당황한듯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는 같았다. 현우가 말을 꺼냈다.

"누가 가는거 보다는 누가 여기 남느냐가 중요 할꺼 같다. 전부 가도 상관은 없지만, 발굴지를 비워 없잖아, 어때?"

현우의 말에 그럭저럭 동의 한듯 서로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항상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는 같은 김운찬 부교수가 말을 꺼냈다.

"그럼 내가 남지. 구종아, 직속 제자니깐 같이 남자. 우리 둘이 여기 지키고 있을테니깐 나머지는 전부 가서 확실하게 담판 짓고 와라. 영어도 못하니 가봤자 도움도 안될테고, 우건이는 아버지 일이니 가야하고, 지연이도 이번 발견했으니 결과는 봐야할테고 말야. 그리고 여기 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일들만 있고, 분석이나 측정은 없으니까 구경하는 치고 편하게 다녀와. 알았지? 구종이 괜찮지?"

김교수님의 말에 옆에서 조용히 있던 구종이 역시 별다른 불만 없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 괜찮아요. 샌프란시스코면 예전에 어학연수 핑계로 LA 있을때 구경 가봤으니깐 말에요."

구종이의 장난스런 말에 모두들 피식 웃었다. 하지만, 현우를 비롯해 몇명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바로 사흘전 이었다. 연소백 교수님이 오기로 날에서 이미 나흘이 지난 어느날, 지연이가 발굴중인 지하 광장 통로에서 특이한 유물이 발견 됐다는 소리에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달려 갔다. 지연이가 발굴한 나무로된 상자 였다. 목곽 형태의 유물이 희귀한 아니기 때문에 그저 무언가 특이한게 나오길 바라며 구경을 하다가 파손의 위험은 없다는 판단이 나오자 결국 개봉하기로 했다. 그리고 목곽을 열었고, 속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사흘전 목곽을 열던 ....

 

", 어서 열어봐라. 궁금해서 발길이 안떨어진다."

현우가 장난스레 지연이에게 말했다. 발굴자가 지연이 였기에 개봉의 영광 역시 그녀가 가져가는게 당연했다.

"교수님도 안계신데 그냥 열어봐도 괜찮을까요?"

항상 조심성이 넘치는 구수종...구종이의 말에 모두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이미 파손 위험은 없다고 나왔고, 발굴자 본인이 있기 때문에 개봉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연이는 다시 한번 손에 장갑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목곽의 이음새와 경첩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미 파손 위험은 없다고 나왔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그녀는 괜찮다고 생각을 했는지, 나무 상자의 면을 조심스레 만지작 거리며 고리 걸쇠를 벗겨 냈다.

모두가 침묵 하며 상자에 아니, 지연이의 흰장갑을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상자가 열렸다. 상자의 속을 제일 처음 보게된 지연의 얼굴 표정은 잔뜩 굳어버렸다. 다른 일행들도 하나 가까이 다가가 상자 속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모두 굳어 버렸다.

상자 속에는 안경과 볼펜 한자루 그리고 오래돼서 낡은 양피지 같아 보이는 조각이 하나 들어 있었다.

볼펜과 안경이라니.... 모두들 얼이 빠져 버렸다. 최소 2000년은 되었을 유적에서 안경이 나오다니, 게다가 볼펜은 뭐란 말인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 패배자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모두가 이곳은 백제의 유적, 그게 아니라 해도 고구려 유적이라 믿고 있었고,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아니라면 중국의 어느 왕조의 유적이어야만 하는 곳이 이곳이었다. 일정부분 약간의 사명감 비슷한 것을...그러니까 한국사를 다시 쓴다는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모두 한국을 떠나 중국 길림성까지 왔던 모두의 마음속에는 이루 말할 없는 실망감과 당혹감, 패배감 등이 가득했다. 그때 가장 역사학도랑 관계가 없는 우건이 말을 꺼냈다.

"? 볼펜이랑 안경이 들어있지? 어째 웃기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이건 유적이 아닌건가? 아니면 누군가 조작한건가? 뭐냐... 연대 측정인가? 그거 하면 확실하겠지?"

우건의 말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건 역시 연대 측정을 하는 컴퓨터 전문가인 손강선 교수 였다. 그리고 현우 역시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원래 공대생이었기에 탄소 연대 측정을 하라는 말에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그래, 우선 지연이는 양피지인가? 거기에 뭐라 적혀 있는지 확인하고, 볼펜이랑 안경 부터 탄소측정 해보자."

손강선 교수의 담담한 말에 얼이 빠져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조금씩 표정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였다.

"잠깐, 안경.... 저거 아부지꺼 안경인거 같은데?"

우건의 갑작스런 말에 모두 안경에 시선을 돌렸다. 우건의 말을 듣고 보니 현우도 연교수의 안경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혹시 설마, 우리 아바이 동무가 장난친거 아닐까?"

우건의 약간은 장난스런 발언에 그때까지 조용하던 지연이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니야. 교수님이 이런 장난을 하실리 없어. 교수님은 항상 원칙을 중요시 하셨는걸."

지연의 말을 듣고, 우건 뿐만 아니라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소백 교수는 항상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상당히 진취적이라서 여러 가설을 세우고 그걸 증명하길 즐겨하는 사람이었다. NO 라고 나오기 전에는 절대 NO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런 분이었다.

"그래, 그건 지연이 말이 맞다. 이런 장난을 하실 분이 아니지."

조용하던 김운찬 교수가 말을 했다. 김운찬 교수는 연교수의 1 제자였고, 가장 원칙에 충실하라는 연교수의 가르침에 충실한 사람이기도 했다. 다만, 너무 충실하다보니 새로운 학설을 만들어가기에는 부족한 사람이긴 했다. 어쨌든 김교수의 말에 모두 할일을 해야 한다는 ,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손교수님, 우선 먼저 제가 전부 검사를 할께요. 탄소측정을 해주세요."

지연은 약간은 단호한 눈빛을 하고는 말을 꺼냈다. 그런 지연을 우건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현우 역시 착잡하고 뒤숭숭한 머리 속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만, 자기 자리 역시 이곳은 아니었기에 우건의 어깨를 한번 쳐준 짚차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음 날이 되자, 발굴단원들이 다시 모였다. 탄소측정 결과가 나올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지연이 미리 탐상 검사를 했지만, 너무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에서 글자나 문양을 알아내기는 어려웠다. 탄소 측정을 하면서 니트로 글리세린을 얇게 바르고, 에탄올 연기를 쏘이는 방법으로 양피지 표면의 문양을 뚜렸하게 만드는 기법 역시 동시에 진행됐다. 이런 기법을 수행하려면 진공상태에서 미세하게 진행되어야 유물에 파손이 없기 때문에, 장비 가격이 어마어마 했다. 대학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장비지만, 이번 발굴의 자금을 대주는 회사가 돈이 많은지 장비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기에 시도 있었다. 모두 자금을 대준 회사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서 연대측정치와 복원술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기계에서 영수증 처럼 생긴 종이가 길게 토해져 나오기 시작했다. 손교수는 계속 앞에 있다가 종이가 나오는 순간 바로 종이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소리와 함께 종이가 나오던게 끝났다. 그와 함께 손교수의 고개가 우리 쪽으로 돌려졌다.

"측정 결과는 탄소 반감기랑 아이소톱 결과 까지 모두 동일하다. 유물 모두 3세기경 물건이야."

손교수의 말에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기 시작했다. 볼펜과 안경이 2000 전에 땅속에 뭍혔다고? 말이 안돼잖아? 이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 교수님 그럼 복원은 언제 끝나나요? 양피지에 뭐가 있는지 보면 확실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이것도 끝나. 그러니 잠시 기다려 보자. 10 정도면 될꺼다."

모두에게 속이 타들어가는 시간이었다. 10분이 10시간 처럼 느껴지던 순간이 지나고 드디어 기계음이 들려 왔다.

삐비삐삐삐...

손교수가 재빨리 UV 전구의 전원 버튼을 누른 접사 스캐너를 가동 시켰다. 우리 모두는 자외선 때문에 얼굴을 보라빛으로 물들이며 한쪽 벽에 걸어둔 TV 같은 스크린으로 얼굴을 돌렸다.

스캐너가 지나가며 한구획 한구획씩 스캔을 시작했다. 다시 10 정도 지나자 스캐너가 양피지의 모든 구획을 스캔을 끝냈는지 전체 스캔 사진을 합쳐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굳어버렸다.

-나는 연소백. 도와줘. 여기서 꺼내줘.-

분명 했다. 양피지에는 고구려, 백제 시대의 가장 흔한 사신도의 무늬와 함께 오른쪽 귀퉁이에 그렇게 쓰여진 한글이 스크린에서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정신 나가 있을때, 우건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건은 분명 이건 자기 아버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스캐너가 움직이던 기계 옆에 붙어있던 조그마한 콘솔 박스에서 빨간 불이 깜빡이는 발견했다. 이런 분석 장비라면 결국 손교수 담당이기에 우건은 손교수를 조심스레 불렀다.

"저기, 손교수님. 저기에 불이 깜박거리는데요?"

손교수는 우건의 말을 들은 계속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우건의 말을 현우가 들었다. 현우는 그냥 콘솔 앞으로 걸어가더니 버튼을 몇개 눌러서 바로 조작을 했다. 그러자 스크린에 있던 스캔 사진이 사라지고, 다른 여러가지 숫자와 영어가 쓰인 화면이 나왔다.

"손교수님, 성분분석이 끝났나 봅니다. 어디보자, ?"

현우는 일순 말문이 막힌 , 스크린만을 바라봤다. 손교수 역시 마찬가지 였다. 우건은 손교수 보다는 현우가 편했기에 바로 현우의 어깨를 잡으며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했다.

", 저기 뭐라고 써진거지? !"

우건이 거칠게 현우의 어깨를 돌리자 현우는 정신을 차린 , 바로 입을 열었다.

"저기에 분석된건, 양피지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분석된거야. 미세 레이져 분광법을 쓰기 때문에 유적에는 손상이 안가는 방법..."

", 그건 됐고!!! 그래서 저기 써진게 뭐냐고!"

우건은 답답하다는 , 기계 설명을 하는 현우에게 해답을 요구했다. 현우는 머쓱한 쓰게 웃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염료 형태인데, 조개껍질 성분이랑...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아마도 교수님이 쓰신 글인거 같은데, 한마디로 볼펜 잉크다. 그리고 이게 이해가 안가는데 잉크의 탄화측정 역시 3세기로 나온다. 그니깐, 말은 아버지가 말이다. 2000 전으로 가셔서 글을 써놓고 안경이랑 볼펜을 목곽 속에다 넣어두셨다는 말이 되는거란 말이야."

우건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현우를 바라보다가 손교수에게 물었다.

"손교수님, 현우형 말이 사실이에요?"

손교수는 입은 열지 않고, 그저 우건을 바라보며 이해가 안간다는 눈빛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우건은 그런 손교수를 보며 더더욱 이해가 안간다는 말을 꺼냈다.

"이거 분명 아버지가 장난친거 맞죠? 우리 놀리려구요. 안그래요?"

우건의 말에 손교수가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답했다.

"그건 아니다. 볼펜 잉크의 탄화 상태로 봤을때 저건 조작은 불가능한 수치야. 그러니깐, 절대 조작은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연교수님이 유물에다가 이런 장난을 하실 분은 아니고 말이다."

손교수의 말에도 우건은 납득이 안가는 현우에게 다시 답변을 요구했다.

", 정말 조작이 불가능한거야?"

현우는 어리둥절함이 끝났는지, 뭔가 풀리는 일이 있을 때마다 짓던 눈썹을 팔자로 만든 표정으로 우건을 바라봤다.

"그래, 조작은 불가능해. 그러니깐 말야? 한마디로 우리 장비가 말이다. 물주가 돈을 너무 빵빵하게 주는 바람에 너무 최신이거든? 그래서 저런 간단한 조작쯤은 바로 밝혀 있어. 방사선을 쪼이거나 하는 방법으로 조작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엔 대학에 있는 낡은 장비로는 그런 간단한 것도 밝혀낼 없어. 근데 탄화 흔적까지 조작하려면 엄청 세밀한 장비가 필요한데, 여기 우리가 가진 장비가 너무 좋아서 그런 조작도 밝혀낼 있거든. 이건 진짜야."

현우의 '엄청 비싸고 좋은 장비니까 진짜' 라는 식의 말투는 탄소측정 수치도 구분 못하는 우건에게는 확실한 대답이 되었다.

"그럼 뭐지? 우리 아버지 어디 계신거야?"

우건의 공허한 물음에 대답할 있는 사람은 단원중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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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참 2011. 1. 20. 20:53

시간의 모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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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순전히 본인이 마님이랑 놀려고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베껴 왔음.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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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임에도 그럭저럭 따뜻한 날씨를 느끼게 해주는 햇살을 맞으며 현우는 손에든 조그마한 망치와 붓을 이용해 무덤처럼 생긴 흙더미를 조금씩 분해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 흙먼지와 함께 낡은 짚차가 달려와 섰다. 낡은 짚차에서 훤칠한 키에 살짝 마른 몸매를 가진 20 중반 정도의 청년이 내리며 현우를 불렀다.

"현우형!"

청년이 소리쳐 불렀음에도 현우는 '점핑점핑 점핑업~' 흥얼거리며 몸을 살짝살짝 흔들며 손을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우형~!!!"

청년이 다시 한번 현우를 불렀지만, 반응이 없자 청년은 현우가 작업중인 흙무덤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흙무덤 같은 모양의 언덕은 경주에서 보던 천마총이나 장군총의 3분의 1 정도 크기라서 올라가는데 순간이며 족했다. 청년이 현우 근처로 다가서니 흙무덤 위쪽은 평평해서 대략 0.3 정도의 넓이에 가운데로 서서히 꺼져들어가는 형태였다. 아마도 현우의 작업이 상당히 진전되서 이런 형태가 된듯 했다. 현우는 가운데 부분에 슬쩍 모습을 드러낸 돌더미에 몸을 숙이고 붓과 망치를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우형!!!!!"

청년은 현우의 어깨를 치며 다시 한번 현우를 불렀다. 그러자 현우는 깜짝 놀란듯 한발짝 뒤로 훌쩍 뛰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청년을 바라봤다.

", 깜짝이야. 우건이 왔구나. 이넘아 부르려면 조심해서 불러야지. 유적 훼손 됐으면 어쩔뻔 했냐!"

우건이라고 불린 청년은 어이가 없는 , 현우를 바라봤다.

"몇번이나 불렀다고!!!! 제길"

우건은 투덜거리며 인상을 썼다.

"? 뭐라고?"

현우는 우건이 뭐라고 했는지 안들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때기에 꽂은 이어폰이나 빼고 말해, 정신머리 없기는...."

우건은 손으로 귀를 가르키며 다시 한번 투덜거렸다.

그제야 현우는 자신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는걸 깨닫고 머쓱한 표정으로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어찌나 볼륨을 높게 해놨는지 조그만 이어폰에서 '점핑점핑 점핑업~' 이라는 노래소리가 웅웅 울리며 흘러나왔다.

" 멀겠다. 무슨 음악을 그렇게 크게 듣는거야?"

"아허, .... 혼자 작업하믄 심심하잖냐."

"카라 노래 좋수?"

"고럼고럼~ 카라가 대세인게야"

능글맞은 현우의 대답에 우건은 피식 웃었다.

"언제는 아이유가 대세라며?"

"흐흐흐, 아이유는 대세를 넘어서 진리고~~, 흐흐"

"아허, 형은 진짜 어이 없다니깐."

현우는 우건과 실없는 말을 주고 받다가 문득 우건이 자기를 찾아온 용건을 물어봤다.

"그러나 저러나, 근데 니가 여그 까장 뭔일로 왔냐?"

우건 역시 피식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듯 황급히 용건을 꺼냈다.

", 아부지.... 돌아오실라면 며칠 남았다고 했지?"

현우는 우건이 자기를 찾아온 이유를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교수님 오실라믄 대충 일주일 정도 있어야 될꺼야. 그러니 잘해봐라."

우건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현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소리 하는거야. 크흠"

"내가 속을 뻔히 알지. 지연이 때문에 그러는거 아니냐."

"아아, 그만 ~!"

"흐흐흐, 안다니깐 그러네. 괜찮아, 괜찮아. 쑥스러워 것도 없고, 교수님이야 원래 원칙주의자라 그러신다만 사후 보고 형식으로 알려드리면 어쩌실꺼야? 안그래?"

우건은 현우의 말이 솔깃한지 표정이 밝아졌다.

"진짜 그럴까?"

현우는 그런 우건을 보면서 실실 웃어 재꼈다.

"크후하헤헤헤, 역시 그렇구나?"

우건은 낚시 당한게 억울한듯 얼굴을 찌푸리다가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푸흐, 그래 지연이 좋아해. 에휴, 아부지가 지도교수인게야?"

", 교수님 아니었으면 아예 지연이 만나지도 못하는거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에휴~ 암튼...."

현우는 심각한듯 우건을 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본인 이야기를 꺼냈다.

"하하,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고 어디 있는지도 알잖아. 말이다,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아니냐."

우건은 현우의 말을 듣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

"고만 웃어라잉~!"

"하하하, 미안 . 아부지 한테 사연은 들었거든. 형도 괴짜야."

현우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인상을 썼지만, 우건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그래,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긴하다. 그림과 사랑에 빠진다는게 말이다. 근데 말야. 교수님은 이런 정말 이해해주시거든. 그래서 내가 전공까지 바꿔서 지도교수님으로 모시는거 아니겠냐?"

"그래? 근데 사실 역사 연구라는거 따분해보이기만 하던데."

우건은 현우를 인정하면서도 납득은 못하는 했다.

"별거 아니야. 사랑이란게 남녀사이에만 있는게 아니거든. 물건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학문, 동물 등등 많은 것들과 빠질 있는거거덩. 그저 과거.... 그니깐 역사와 사랑에 빠진거라고 생각하면 될꺼야. 그림도 분명 역사적 유물이니 말이야."

"형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역사라는게 그렇게 좋아?"

우건이 진지하게 말하자 현우 역시 신중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인 한숨을 내쉬듯 세차게 내뿜었다. 허공에서 흩어져가는 연기를 바라보며 현우는 입을 열었다.

", 짱개 담배 진짜 맛없다. 장수 담배라더니 장수가 아니라 단수네 그려. 그보다, 역사라.... 역사라는걸 그저 과거로만 치부 해버리면 정말 고루하고 딱딱한게 버리지. 근데 말야. 너에게도 과거가 있지? 그건 바로 너만의 역사가 되는거야. 고등학교 시절 재미있었던 추억들 많지 않냐? 그런 것들을 만약 네가 일기로 써내려 갔다고 생각해봐. 그걸 너의 아들이, 그리고 손자가,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가 발견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손자의 손자의 손자는 과거의 일부분이라고만 생각할까? 아니면 조상의 역사라고 생각할까? 하나 물어보자. 지연이랑 너랑은 이미 과거가 있지? 둘이 데이트도 몇번 했으니깐 말야. 그냥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넘겨 버릴 수도 있겠지만, 너와 지연이가 서로 공유하는 과거가 되고, 만의 역사가 되는거지. 지금 내가 발굴 중인 유적도 마찬가지야. 그저 오래된, 아니 많이 오래됐겠다. 암튼 유적도 그저 어떤 사람의 추억중 하나라고 봐도 되지. , 그리고 아버지랑 지연이 모두 이런 추억을 모아서 이야기로 만들고 이야기를 널리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하는 뿐이야. 별거 아니지? 하지만, 중요하기도 하지. 추억이 없다면 사람의 인생은 정말 별게 아닌게 되버리지. 개인으로 보면 그렇게 된다. 그럼 이걸 우리 민족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 우리 민족의 추억 말이야. 그러니까 역사학도 라는 사람들은 '한국인' 위한 추억을 계속 발굴해서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거다. 너도 점은 명심해. 쉽게 말해서 지연이도 이런 추억 들춰보기에 빠져있다고 보면 되니깐 너도 관심을 가져야 둘이 되지 않겄냐?"

현우는 열변 아닌 열변을 하느라 입이 아프다는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도중에 이미 타버린 담배는 몇모금 안되서 타버렸다. 현우는 작업복에 달린 여러 주머니들을 뒤적거려 휴대용 재털이를 찾아 거기에 담배를 비벼 껐다. 우건은 그때 까지도 생각을 하는지 멍한 표정으로 현우가 발굴중인 돌무덤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듯 갑작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 그러니까 과거.... 아니 추억 이라고 했나? 그런 이야기꺼리를 발굴하고 있다는 거야?"

", 그게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 보자. 그런건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생각해라. 그게 편하겠다."

"그럼, 형이 발굴하고 있는 돌덩어리에 무슨 이야기꺼리가 있다는 거지? 그게 이해가 안되는데...."

우건은 현우의 기분이 상할까봐 조심스럽게 말을 맺었다. 현우는 돌덩어리 라는 말에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이내 털어버리고는 자신이 발굴중인 돌덩어리(?)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어떻게 보면 그냥 돌덩어리일 뿐이지. 하지만, 전에 X-Ray EUS(초음파 단층촬영) 측정했을때 무덤일 확률이 60% 정도라고 나왔다. 그럼 이건 누군가의 무덤일꺼야. 그렇지? 그럼 말야. 같으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물을 이렇게 석관으로 장식으로 해서 문양을 넣어 줬을까? 요즘이야 돈만 있으면 이런 식으로 비석도 만들고 하지? 그럼 최소한 무덤의 주인도.... 아니 후손들이 부자였다는 이야기가 되지? 그럼 한번 생각해보자. 옛날, 그러니까 교수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유적지가 분명 백제 유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여기에 이렇게 그럴듯한 무덤을 만들 정도 라면 살았던, 그리고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이란 말이 되겠지? 그런 인물의 이야기라면 관심이 가지 않니? 그리고 석관의 크기와 단층 촬영에 나온 형태라면 이건 분명 2명이 합장된 형태야. 생각해봐. 두명이 합장된 상태라면 분명 부부 였을 확률이 높겠지? 근데 말야. 고구려, 백제 시대에도 순장이라고 해서 노예들을 100여명씩 같이 묻는 풍습이 있었어. 무덤은 정도까지 대규모 형태의 무덤은 아니지만, 크기로 봐서는 부장품들이 상당할꺼야. 그러니까 적어도 몇명은 같이 묻어도 될만한 형태의 무덤이야. 근데 말이다. 제일 윗부분만 관으로 형태를 갖추고 있고, 나머지는 부장품을 묻어둔 곳이야. 이건 예상일 뿐이지만 말야. 그리고 단층촬영 관의 제일 윗부분에 사람형태로 부조가 되어 있거든. 그것도 두명이 나란히 누운 모습으로 말이야. 이거만 봐도 얼마나 낭만적이냐? 순장이 당연시 되고,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하던 시절에 둘이 나란히 묻혔다는 말이야.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여기 나란히 눕게 되었는지 너는 궁금하지 않냐?"

우건은 현우의 일장연설을 들으며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랑이라 이건가? 역시 현우형은 사랑에 그것도 과거에 잡혀 사는군. 아니, 내가 지연이 한테 매는거랑 같은건가?'

우건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현우는 다시 망치와 붓을 들고 돌더미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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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참 2011. 1. 2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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