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 2011. 1. 27. 19:33

시간의 모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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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순전히 본인이 마님이랑 놀려고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베껴 왔음.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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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날씨가 포근하다고 하더니 아침 햇살이 상당히 따사로웠다. 겨울 인데도 그럭저럭 따뜻한 날씨를 보여주는 하늘을 바라보며 손강선 교수는 통역인 다니엘과 함께 연구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일행이 장치를 사용해 과거로 가기 전에 확실한 위험성을 파악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느끼기에도 사장이라는 셔먼 이라는 작자 보다는 개발 실장 모건이 믿음이 갔기 때문에 그를 만나 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자 마자 여러 전선이 얽혀 있는 모습과 전자장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자 모건이 지휘실로 보이는 안쪽에서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손교수는 잠시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니엘의 재촉에 그를 향해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Hey, don't lose numbers, check status now. power level....ok.... simulation status is 98% right? Ok, ok.... All lights are green, good to go. But, Jackson, run simulation one more. We must not to make any mistakes."

모건은 정신없이 명령을 내리면서 계속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며 무언가를 체크하고 다시 명령을 내리고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Chief, professor Son wants to see you"

다니엘이 말을 걸자 모건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 봤지만, 그가 한 말은 못 들었는지 어깨를 으쓱 했다. 그러다가 뒤에 서있는 손교수를 보고는 이내 상황을 짐작했다. 모건은 옆의 컴퓨터 기사 차림의 사내에게 작게 뭐라고 지시를 내리고 이내 손교수를 향해 다가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잘 잤나요?"

"덕분에.... 그보다 장치는 문제 없나요?"

"장치는 좋은 상태입니다. 레벨이 98%를 가리키고 있고,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봐도 상황은 낙관적입니다."

"그렇군요. 그 점은 다행입니다. 그보다 걱정되는건 예를 들면 이런 장치를 쓰다보면 의례 생기는 손실 부분이라거나 인체 전송의 위험이나 이런 부분은 어떻습니까?"

손교수의 질문에 모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모건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DNA 까지 스캔하기 때문에 전송과정에서의 손실은 문제 될것이 없습니다. 다만, 팩스처럼 퍼지 현상이 생기는데, 한두번의.."

"모건, 걱정 마시라고 말하게나. 시뮬레이션상에서 안전하다고 나왔잖은가?"

갑자기 들려온 말에 모건은 말문을 닫았고, 손교수도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회사 사장이라는 셔먼 콜린이 서있었다.

"Professor Son, 일찍 나왔군요. 준비할 것이 있다보니 모건을 잠시 빌려가야겠네요."

의례적인 인사도 없이 바로 모건을 데리고 한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셔먼을 바라보며 손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조만간 다시 한번 모건과 따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기회가 올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적당한 옷으로 갈아 입으세요."

현우는 안내가 하는 말을 들으며 Locker Room 이라고 적힌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커다른 행어가 있었고, 여러 종류의 옷이 꽉 차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한복을 비롯한 채대(허리띠)가 달린 옛날 복색의 동양옷들이라는 점이었다.

 

"휘유, 대단한데?"

우건이 휘파람을 불듯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현우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 별다른 말 없이 옷을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것저것 하나하나 살펴보니 정말 대단했다. 많은 연구를 한듯 각 시대별로 특색에 맞는 복색들과 각 나라별 특색에 맞는 옷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심지어 색목인이라고 불린 위구르인들의 복장과 대식국이라고 불렸던 로마의 복색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우와, 이옷 좀 봐. 이거 건채백화문양 이지? 대단한데?"

우건의 말에 모두 고개를 돌려 우건이 들어올린 옷을 바라봤다. 거친 마로 된 듯한 옷이지만, 문양은 상당히 화려해서 꼭 그시대 유물을 보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하는 옷이었다.

그들이 옷을 보며 감탄에 빠져 있을때 손교수가 주위를 환기 시키려는 듯 한마디 내뱉었다.

"구경은 나중에 하자. 시간 없다."

일행은 손교수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옷을 하나씩 들고 재빠르게 칸막이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서로의 모습을 보고 그들은 조금씩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이었지만, 과거로 간다는 부담 때문인지 크게 웃고 떠들지는 못했다. 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역시 그 당시 옷으로 갈아입은 세 명의 남자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불만이 있는 것처럼 표정을 찡그리고 있었다. 일행이 다가서자 그 중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남자가 대표인 듯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최상곤 이라고 합니다. 영어 이름이야 모르셔도 될 테고, 앞으로 하게 될 여행을 책임질 사람입니다.”

손교수를 비롯해서 일행들은 모두 놀랐다. 대기 중이던 세 명이 모두 동양인 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한국인 일꺼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소개한 나머지 일행은 리밍바이(李明博) 이라는 중국인 남자 한명과 고두언 이라는 사람 이었다. 그들은 보기에도 일견 경호원이나 군인처럼 보이는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었고, 특히 리밍바이 라는 사람은 이름처럼 간사하고 비열한 느낌을 주었다. 고두언 이라는 사람은 작은 키에 꽤 탄탄한 몸을 가진 듯 움직일 때마다 바위가 움직이는 느낌을 주었다. 서로 통성명을 끝내고 몇마디 더 주고 받기는 했지만, 그저 일상적인 인사 였을 뿐 깊은 이야기는 나누기 힘들었다.

 

"우건아, 이거이거 쟤들 분명 군인... 그니깐 용병 뭐 그런거 같지 않냐?"

현우가 같이 갈 일행으로 소개 받은 삼인을 가리키며 말하자 우건은 별 생각이 없었던 듯 그제야 제대로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듣고 보니 그러네. 그 말로만 듣던 용병인가 본데? 몸집이 큰건 아니지만, 단단해 보이네. 그리고 중국인이라던가? 암튼 그 인간은 꽤 쪼잔한 인상인데 그래?"

우건이 꽤 정확하게 봤다는 생각을 하면서 현우는 다시 한번 그들을 돌아봤다. 우건에게 뭔가 더 할 얘기가 있는 듯 입을 열려던 현우는 그때 사장이라는 셔먼과 모건이 들어서자 이내 입을 닫았다. 셔먼은 들어서자 마자 최상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가 바로 셔먼에게 다가가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상곤이라는 남자는 현우 일행이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꽤 큰 목소리로 따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미션까지 포함하면 이미 세번을 다녀왔어요. 그러니 난 빠지고 MB에게 맞기는게 어떨까요?"

"아니, 자네가 꼭 가주게. 그리고 가서 해야할 일도 잘 알고 있겠지?"

"MB에게도 미리 말은 해뒀습니다. 그러니 그에게 맡겨도 될텐데 굳이 내가 갈 필요가 있습니까?"

"안돼. 이번 일이 생긴 것도 결국은 자네랑 그 자식 때문이야. 그러니 딴 생각하지 말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도록 해!"

셔먼은 이번 일이 전부 그의 잘못이라는 듯 몰아 붙였다. 최상곤은 셔먼의 짜증섞인 목소리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체념을 담아 대답했다.

"Ok, boss. 어쨌든 이번 일이 마지막이니 퇴직금 겸해서 다녀오는 걸로 하죠. 돈이나 확실히 준비해두록 하쇼."

현우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확연하게 깨닫는게 있었다. 이번 일이 단순히 연교수를 데려 오기 위한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걸….

 

잠시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고 최상곤이라는 사람이 다시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이번 여행(?)의 주의점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 역사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테니 넘어가고, 중요한 것은 이 Signal Beacon 입니다. 각자 하나씩 받을텐데, 주변 15미터가 평평한 평지에서 작동을 시켜야 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하나만 작동 시켜도 5미터 반경 내에만 들어와 있으면 다 같이 워프 됩니다.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대신, 한번 워프가 되면 12시간이 지나야 이곳에 있는 장치가 리셋이 됩니다. 그러니 도착하자마자 작동시키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12시간이 지나서 작동시켜야 한다는 것. 15미터 반경 내가 평평한 아무것도 없는 공터여야 한다는 것. 이 두가지만 잘 숙지하고 있으면 됩니다."

최상곤의 설명이 끝나자 발굴단 일행은 각자 하나씩 Signal beacon을 건네 받았다. 목걸이 처럼 목에 걸도록 된 조그만 펜던트 형태의 장치였다. 전면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윗부분에 달린 조그만 LCD창에서 남은 시간이 표시되고, 양옆에 있는 버튼을 동시에 같이 누르면 다시 전송이 시작되도록 된 장치였다. 아주 조그마한 장치였지만, 필요한 기능은 다 들어 있는 첨단장치였다.

"오호, 이거 정말 쪼그만데 있을 기능은 다 있는거 같은데?"

우건은 신기한듯 계속 신호 장치를 만지작 거리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런 우건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상황이건 항상 밝은 우건이 현우는 맘에 들었다.

"이넘아, 아까 설명 못 들었냐? 한번 작동 시키면 12시간 지나야 또 작동 가능하다고.... 그러니 버튼 잘못 누르면 또 기다려야 된다."

"형도 참. 내가 그 정도 기본도 없는 사람인줄 알아? 다 조심하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물론 너야 기본이 되어 있지. 근데, 바로 그게 걱정이거덩."

"크흐흐... 역시 형은 날 너무 잘 아는거 같네. 그래도 그런 말도 안돼는 실수는 안 저지르니까 걱정 말라고."

"고럼고럼. 나야 항상 널 믿고 있지. 그러나 저러나 언제 출발하는 거지?"

현우는 우건과 주거니 받거니 만담 아닌 만담을 하다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설명을 끝낸 최상곤은 다른 두명의 일행에게 지시할 사항이 있는지 몇마디를 빠르게 한 후 다시 몸을 돌려 일행에게 다가왔다.

"이제 준비가 다 됐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역사라던가 뭐 그런 부분 빼고 그 외 다른 부분은 우리 지시를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최상곤 이라는 사람은 뭔가가 불만인 듯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고는 일어서서 준비를 할게 있다며 방 밖으로 나갔다.

"준비 다 됐다더니 준비를 또 해? 이상한 사람이네."

우건이 짧은 소감을 내뱉었다.

"그러네. 역시 우건이 넌 멋져."

우리가 이런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 받고 있을때 정말 준비가 다 됐는지 셔먼과 최상곤이 들어왔다.

"여러분, 이제 준비가 다 됐습니다. 과거로 갈 마음의 준비는 다 됐나요?"

셔먼이 우리를 보며 친근한 척 웃음을 지으며 말을 했다. 어색한 그의 모습을 전부 느꼈는지 아무도 그에게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손강선 교수가 방으로 들어와 일행에게 다가왔다.

"모건에게 들으니 시뮬레이션 실험이 다 끝났다고 한다. 걱정 안해도 될꺼야. 장치는 전부 준비 됐다고 하니깐...."

교수님, 이곳 잘 부탁드릴께요. 저희들 걱정은 마시구요. 연소백 교수님, 꼭 모시고 돌아오겠습니다.”

현우가 손교수에게 인사를 하자 동현과 지연이도 이내 다가와 인사를 했다.

"교수님, 다녀올께요. 저희만 가서 죄송해요."

"교수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걱정 안한다. 내 대신 가서 구경 실컷 하다가 와라. 난 너희가 되려 부럽다.”

"... 그러게 말이에요. 디카나 캠코더 같은거 꼭 가져가면 좋을텐데.... 안되겠죠?"

우건은 인사 대신 넉살스럽게 말을 받았다.

"그건 그렇다더라. 모건이란 사람도 그렇게 말하고, 내가 생각해도 그건 안되지."

"역시 그렇군요. .... 진짜 아깝다. ... 근데 동현이는 안경을 썼는데, 안경이나 이런건 어쩌죠?"

"뭐 그런건 별 상관 없지 않을까? 대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몇백년 내에 유리 세공품이 나오니 그다지 큰 문제는 안될듯 하고...."

", 그런가요? 교수님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겠죠. 그러고 보니 아버지도 안경이랑 볼펜을 가지고 가신거네요."

일행과 손교수는 약간 들뜬 듯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교수 이야기가 나오자 이내 침울해졌다. 그때 셔먼이 일행에게 다시 다가와 선언하듯 말을 내뱉었다.

"이제 출발입니다."

 

최상곤과 나머지 두명을 따라 꼭 벙커 입구처럼 생긴 통로를 지나가니 격납고 같이 생긴 큰 창고가 나타났다. 일행이 다 들어서자 격납고 내에서 작업중이던 기술자들이 마지막 점검을 끝냈다는 신호를 했다.

 

격납고의 한가운데에는 대충 5미터 정도 높이의 원형 기계장치가 있었다. 사람 키 높이 정도의 둥그런 단상이 있었고, 버티컬 처럼 생긴 거울 같은 유리가 달린 장치였다.

", 이제 저 위로 올라서면 됩니다. 스캐닝은 이미 통로를 통과 하면서 끝났고, 전송 시간은 30초 정도면 끝나니까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다만, 전송 순간에 약간 통증이 느껴질텐데 원래 그런거니까 걱정 할거 없습니다."

최상곤이 일행에게 진행 과정에 대해 알려주자 듣고 있던 우건이 바로 대꾸를 했다.

"아주 참 빨리도 알려주네요. 통증은 심한가요?"

우건의 말에 최상곤은 약간 기분이 나쁜 듯 입매를 비틀며 내뱉듯 답했다.

"뭐 별거 아니니 걱정 할건 없을꺼야. 군대에서 낙하산 점프 하는 정도의 고통이니 말이야."

우건 역시 기분 나쁜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미국까지 와서 군대 얘기 들을 줄은 몰랐는데...."

"그만해, 우건아. 이제 출발해야지."

옆에서 듣고 있던 현우가 우건에게 한마디 하고는 최상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앞장 서시죠. 여러 번 사용하셔서 정말 잘 아시는거 같은데...."

최상곤은 현우의 말에 몸을 움찔 했지만, 별 다른 반응 없이 앞장서서 기계로 올라섰다. 맨 마지막으로 고두언 이라는 사람이 올라서자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버티컬 처럼 생긴 유리가 닫히기 시작했다. 16장의 유리가 촘촘하게 닫히자 이내 장치 안은 밀폐가 됐다. 그때 스피커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갑니다. 안전하고 확실한 전송을 위해서 카운트 10초부터 숨을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통역인 다니엘의 목소리가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고 나자, 모건의 목소리가 이어서 흘러나왔다.

"Now, initiating device.... 30 seconds to launch"

30초가 남았다는 소리에 현우 일행은 긴장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15 seconds to launch"

"10 seconds, hold your breath"

"숨을 멈추래!"

현우가 혹시라도 실수가 생길까봐 일행에게 모건의 말을 바로 알려줬다. 현우는 일행에게 모건의 말을 전하면서 자신의 손바닥이 흥분으로 땀범벅이 됐다는 걸 알고는 재빨리 허벅지에 문질러 땀을 닦았다. 그때 모건이 계속 카운트를 세는 소리가 들려왔다.

 

"Now, 5, 4, 3, 2, 1.... launch!!!"

순간 투명했던 유리가 거울처럼 변하면서 일행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하더니 강한 빛이 7명의 일행을 감싸기 시작했다. 거울이 다시 유리처럼 투명해지는 것 같더니 이내 투명하다 못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순간적으로 빛이 더 강해지는 것 같더니 강한 압력이 일행을 눌러버리는 듯 한 느낌과 함께 순간적인 통증이 일행을 덥쳐왔다. 통증과 강한 빛 때문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던 일행은 통증과 빛이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시원한 바람이 몸을 감싸는게 느껴졌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던 현우는 바람이 느껴지자 눈을 살며시 떠서 주변을 둘러봤다. 시기는 모르겠지만, 분명 아까 그 답답해 보이던 격납고 같은 창고는 아니었다. 약간 갈색이 섞인 초록색 풀로 덮인 드넓은 초원에 그들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제대로 온건가? 이제?"

항상 그렇듯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우건이 가장 빨랐다.

"그런가 보다. 근데 여기가 정확히 어디지?"

역시나 항상 우건의 말에 대답을 하는 것도 현우였다. 다만, 현우의 질문에 답한건 최상곤 이었다.

"매번 똑같은 좌표로 오는건 아니고, 올때 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거 같더라고, 그러니 정확한 좌표는 모르지만 대충 현대의 장춘에서 10클릭... 그러니까 에....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라고 보면 맞을꺼다."

", 그럼 걸어서 이동해야 하겠군요."

"그래야 하지. 대충 5분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숲이 나오니까 그곳까지 이동해서 어떻게 할건지 결정을 하자. 여기는 너무 사방이 열려 있어서 좋은 위치가 아니야."

흥분되고 얼떨떨한 마음을 이내 다잡지도 못하고 최상곤과 두 사내가 이끄는데로 일행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5분 정도 걸었을까.... 완만한 구릉을 두개 정도 넘자 갑작스레 무성한 숲이 나타났다. 어디서 이런 숲이 초원 한복판에 있을까 싶은 그런 숲이었다. 일행은 좀 편히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발길을 숲으로 향해 옮기기 시작했다. 가까워 보였지만, 숲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때 우건이 불쑥 말을 꺼냈다.

"이거 이 시기에는 원래 지진이 많은가? 어째 땅이 흔들리는거 같은데?"

우건의 말에 현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우건을 돌아봤다.

"땅이 흔들린다고?"

", . 안 느껴져?"

현우는 우건의 말을 듣고는 몸을 숙여 땅에 손바닥을 가만히 대고는 무언가를 느끼려고 해봤다.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잠시 지나자 점점 땅이 울리는 느낌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손을 땅에 붙이고 잠시 멈추고 있던 현우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는 소리쳤다.

"이건, 분명 기마대야!"

"기마대? , 그게 무슨 말이지?"

현우가 소리치자 앞서 걷던 일행이 전부 발걸음을 멈추고는 현우를 바라봤다. 제일 앞에서 걸으며 일행을 이끌던 최상곤이 재빨리 현우에게 다가왔다.

"기마대라니? 무슨 말이지?"

"이 땅울림.... 이건 분명 말떼가 움직여서 생기는 걸꺼에요. 근데 이곳에 야생마가 떼를 지어 움직일리는 없을꺼 같고, 고구려나 백제, 아니면 중국 한나라 등의 기마대일 확률이 높아요."

최상곤은 우선 피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했는지 일행을 향해 재빨리 말했다.

"우선 피합시다. 모두 저 숲을 향해 뛰어요!"

그는 외치듯 말을 내뱉고는 그 자신이 먼저 숲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나머지 일행 역시 뭐가 어떻게 된건지도 모른채 막무가내로 최상곤을 따라 달렸다. 그러나 너무 늦게 알아챈 건지 일행이 숲에 도착하기 전에 땅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한무리의 말을 탄 병사들이 구릉을 넘어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일행을 발견 했는지 구릉을 넘자마자 일렬로 열을 맞추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말을 달려오기 시작했다. 거리가 꽤 벌어져 있어서 숲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피잉, 피잉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라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최대한 빨리 숲으로 들어가서 몸을 숨겨!"

최상곤이 큰소리로 외치며 더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간간히 들리던 피잉 소리와는 다른 강렬한 소리가 들리며 화살 하나가 선두의 최상곤의 다리에 순간적으로 나타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빠르게 날아와 꽂혔다.

"으악"

최상곤은 달리던 상태 그대로 땅에 뒹굴었다. 너무 놀라고 당황했기에 누구도 그를 챙기지 못한 채 그저 숲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맨 뒤에서 뛰던 현우는 안타까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 최상곤을 바라봤다. 그때 였다. 최상곤이 뭐라고 외치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으아, 이 새끼들... 모두 죽어!"

현우는 맨 뒤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던 상태에서도 최상곤의 손에 들린게 무엇인지 알아봤다. 바로 수류탄 이었다.

'이런, 이 시대에 수류탄을 가져오다니!'

그러나 아까 순간적으로 생겨난 화살처럼 다시 화살 몇대가 날아와 최상곤의 몸에 순차적으로 꽂혔다.

"제길, ... 난 죽을 수 없어... 이런 곳에서 죽기 시... 싫어..."

최상곤은 무의식적으로 목에 건 펜던트에 손을 가져갔다. 현우는 숲에 다 도착해서도 시선만은 최상곤을 향해 있었다. 갑자기 빛이 생기더니 최상곤의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이내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12시간이 지나야 워프 장치가 리셋 된다고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화살이 하나 날라와 최상곤의 몸에 박혔다. 그와 동시에 최상곤의 몸이 사라졌다. 현우는 고개를 한번 내졌고는 이내 숲으로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