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 소설이에요~!!
시간의 모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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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순전히 본인이 울 마님이랑 놀려고 쓴 글임.
어떤 영화(?)에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베껴 온 글임.
게임 'Prince of Persia-Sand of Time'에서 제목 그대로 베껴왔음.
등장인물 이름의 새로운 창작은 흰머리를 너무 늘려서 여러 소설이나 영화, 아는 사람 이름 걍 베껴 왔음.
위 상황에 딴지 걸거나 문제가 생기면 삐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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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임에도 그럭저럭 따뜻한 날씨를 느끼게 해주는 햇살을 맞으며 현우는 손에든 조그마한 망치와 붓을 이용해 무덤처럼 생긴 흙더미를 조금씩 분해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 흙먼지와 함께 낡은 짚차가 달려와 섰다. 낡은 짚차에서 훤칠한 키에 살짝 마른 몸매를 가진 20대 중반 정도의 청년이 내리며 현우를 불렀다.
"현우형!"
청년이 소리쳐 불렀음에도 현우는 '점핑점핑 점핑업~' 을 흥얼거리며 몸을 살짝살짝 흔들며 손을 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현우형~!!!"
청년이 다시 한번 현우를 불렀지만, 반응이 없자 청년은 현우가 작업중인 흙무덤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흙무덤 같은 모양의 언덕은 경주에서 보던 천마총이나 장군총의 3분의 1 정도 크기라서 다 올라가는데 순간이며 족했다. 청년이 현우 근처로 다가서니 흙무덤 위쪽은 평평해서 대략 0.3평 정도의 넓이에 가운데로 서서히 꺼져들어가는 형태였다. 아마도 현우의 작업이 상당히 진전되서 이런 형태가 된듯 했다. 현우는 가운데 부분에 슬쩍 그 모습을 드러낸 돌더미에 몸을 숙이고 붓과 망치를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우형!!!!!"
청년은 현우의 어깨를 툭 치며 다시 한번 현우를 불렀다. 그러자 현우는 깜짝 놀란듯 한발짝 뒤로 훌쩍 뛰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청년을 바라봤다.
"아, 깜짝이야. 우건이 왔구나. 이넘아 부르려면 조심해서 불러야지. 유적 훼손 됐으면 어쩔뻔 했냐!"
우건이라고 불린 청년은 어이가 없는 듯, 현우를 바라봤다.
"몇번이나 불렀다고!!!! 제길"
우건은 투덜거리며 인상을 썼다.
"응? 뭐라고?"
현우는 우건이 뭐라고 했는지 잘 안들리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때기에 꽂은 이어폰이나 빼고 말해, 정신머리 없기는...."
우건은 손으로 귀를 가르키며 다시 한번 투덜거렸다.
그제야 현우는 자신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는걸 깨닫고 머쓱한 표정으로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어찌나 볼륨을 높게 해놨는지 조그만 이어폰에서 '점핑점핑 점핑업~' 이라는 노래소리가 웅웅 울리며 흘러나왔다.
"귀 다 멀겠다. 무슨 음악을 그렇게 크게 듣는거야?"
"아허, 걍.... 혼자 작업하믄 심심하잖냐."
"카라 노래 좋수?"
"고럼고럼~ 카라가 대세인게야"
능글맞은 현우의 대답에 우건은 피식 웃었다.
"언제는 아이유가 대세라며?"
"흐흐흐, 아이유는 대세를 넘어서 진리고~~, 흐흐"
"아허, 형은 진짜 어이 없다니깐."
현우는 우건과 실없는 말을 주고 받다가 문득 우건이 자기를 찾아온 용건을 물어봤다.
"그러나 저러나, 근데 니가 여그 까장 뭔일로 왔냐?"
우건 역시 피식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듯 황급히 용건을 꺼냈다.
"형, 울 아부지.... 돌아오실라면 며칠 남았다고 했지?"
현우는 우건이 자기를 찾아온 이유를 잘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교수님 오실라믄 대충 일주일 정도 있어야 될꺼야. 그러니 잘해봐라."
우건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현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소리 하는거야. 크흠"
"내가 니 속을 뻔히 알지. 지연이 때문에 그러는거 아니냐."
"아아, 그만 좀~!"
"흐흐흐, 다 안다니깐 그러네. 괜찮아, 괜찮아. 쑥스러워 할 것도 없고, 교수님이야 원래 원칙주의자라 그러신다만 걍 잘 된 후 사후 보고 형식으로 알려드리면 어쩌실꺼야? 안그래?"
우건은 현우의 말이 꽤 솔깃한지 표정이 좀 밝아졌다.
"진짜 그럴까?"
현우는 그런 우건을 보면서 더 실실 웃어 재꼈다.
"크후하헤헤헤, 역시 그렇구나?"
우건은 낚시 당한게 억울한듯 얼굴을 찌푸리다가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푸흐, 그래 나 지연이 좋아해. 에휴, 왜 울 아부지가 지도교수인게야?"
"야, 교수님 아니었으면 아예 지연이 만나지도 못하는거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에휴~ 암튼...."
현우는 꽤 심각한듯 한 우건을 보며 살짝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본인 이야기를 꺼냈다.
"하하, 그래도 넌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확실하게 알고 어디 있는지도 알잖아. 난 말이다,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아니냐."
우건은 현우의 말을 듣고 실실 웃기 시작했다.
"고만 웃어라잉~!"
"하하하, 미안 형. 아부지 한테 형 사연은 들었거든. 형도 참 괴짜야."
현우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인상을 썼지만, 우건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좀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그래,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긴하다. 그림과 사랑에 빠진다는게 말이다. 근데 말야. 교수님은 이런 날 정말 잘 이해해주시거든. 그래서 내가 전공까지 바꿔서 지도교수님으로 모시는거 아니겠냐?"
"그래? 근데 사실 난 역사 연구라는거 따분해보이기만 하던데."
우건은 현우를 인정하면서도 납득은 못하는 듯 했다.
"별거 아니야. 사랑이란게 꼭 남녀사이에만 있는게 아니거든. 물건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학문, 동물 등등 많은 것들과 빠질 수 있는거거덩. 난 그저 과거.... 그니깐 역사와 사랑에 빠진거라고 생각하면 될꺼야. 그림도 분명 역사적 유물이니 말이야."
"형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역사라는게 그렇게 좋아?"
우건이 꽤 진지하게 말하자 현우 역시 좀 신중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인 후 한숨을 내쉬듯 세차게 내뿜었다. 허공에서 흩어져가는 연기를 바라보며 현우는 입을 열었다.
"큭, 짱개 담배 진짜 맛없다. 장수 담배라더니 장수가 아니라 단수네 그려. 그보다, 역사라.... 역사라는걸 그저 과거로만 치부 해버리면 정말 고루하고 딱딱한게 돼 버리지. 근데 말야. 너에게도 과거가 있지? 그건 바로 너만의 역사가 되는거야. 고등학교 시절 재미있었던 추억들 많지 않냐? 그런 것들을 만약 네가 일기로 써내려 갔다고 생각해봐. 그걸 너의 아들이, 그리고 손자가, 그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가 발견했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그 손자의 손자의 손자는 과거의 일부분이라고만 생각할까? 아니면 조상의 역사라고 생각할까? 또 하나 물어보자. 지연이랑 너랑은 이미 과거가 있지? 둘이 데이트도 몇번 했으니깐 말야. 그냥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넘겨 버릴 수도 있겠지만, 너와 지연이가 서로 공유하는 과거가 되고, 둘 만의 역사가 되는거지. 지금 내가 발굴 중인 유적도 마찬가지야. 그저 좀 더 오래된, 아니 좀 많이 오래됐겠다. 암튼 이 유적도 그저 어떤 사람의 추억중 하나라고 봐도 되지. 난, 그리고 네 아버지랑 지연이 모두 이런 추억을 모아서 이야기로 만들고 이 이야기를 널리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 뿐이야. 별거 아니지? 하지만, 꽤 중요하기도 하지. 추억이 없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정말 별게 아닌게 되버리지. 개인으로 보면 그렇게 된다. 그럼 이걸 우리 민족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 우리 민족의 추억 말이야. 그러니까 역사학도 라는 사람들은 '한국인'을 위한 추억을 계속 발굴해서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거다. 너도 이 점은 꼭 명심해. 뭐 쉽게 말해서 지연이도 이런 추억 들춰보기에 푹 빠져있다고 보면 되니깐 너도 관심을 좀 가져야 둘이 잘 되지 않겄냐?"
현우는 열변 아닌 열변을 하느라 입이 아프다는 듯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도중에 이미 꽤 타버린 듯 담배는 몇모금 안되서 다 타버렸다. 현우는 작업복에 달린 여러 주머니들을 뒤적거려 휴대용 재털이를 찾아 거기에 담배를 비벼 껐다. 우건은 그때 까지도 생각을 하는지 멍한 표정으로 현우가 발굴중인 돌무덤을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듯 갑작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형, 그러니까 과거.... 아니 추억 이라고 했나? 그런 이야기꺼리를 발굴하고 있다는 거야?"
"어, 그게 또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에.... 보자. 꼭 그런건 아니지만, 비슷하다고 생각해라. 그게 편하겠다."
"그럼, 형이 발굴하고 있는 저 돌덩어리에 무슨 이야기꺼리가 있다는 거지? 난 그게 더 이해가 안되는데...."
우건은 현우의 기분이 상할까봐 좀 조심스럽게 말을 맺었다. 현우는 돌덩어리 라는 말에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이내 털어버리고는 자신이 발굴중인 돌덩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어떻게 보면 그냥 돌덩어리일 뿐이지. 하지만, 전에 X-Ray랑 EUS(초음파 단층촬영)로 측정했을때 무덤일 확률이 60% 정도라고 나왔다. 그럼 이건 누군가의 무덤일꺼야. 그렇지? 그럼 말야. 너 같으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인물을 이렇게 석관으로 장식으로 해서 문양을 넣어 줬을까? 요즘이야 돈만 있으면 이런 식으로 비석도 만들고 하지? 그럼 최소한 이 무덤의 주인도.... 아니 그 후손들이 꽤 부자였다는 이야기가 되지? 그럼 한번 생각해보자. 그 옛날, 그러니까 교수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 유적지가 분명 백제 유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여기에 이렇게 꽤 그럴듯한 무덤을 만들 정도 라면 꽤 잘 살았던, 그리고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이란 말이 되겠지? 그런 인물의 이야기라면 꽤 관심이 가지 않니? 그리고 석관의 크기와 단층 촬영에 나온 형태라면 이건 분명 2명이 합장된 형태야. 잘 생각해봐. 두명이 합장된 상태라면 분명 부부 였을 확률이 높겠지? 근데 말야. 고구려, 백제 시대에도 순장이라고 해서 노예들을 100여명씩 같이 묻는 풍습이 있었어. 이 무덤은 그 정도까지 대규모 형태의 무덤은 아니지만, 크기로 봐서는 부장품들이 상당할꺼야. 그러니까 적어도 몇명은 같이 묻어도 될만한 형태의 무덤이야. 근데 말이다. 제일 윗부분만 관으로 형태를 갖추고 있고, 나머지는 부장품을 묻어둔 곳이야. 뭐 이건 예상일 뿐이지만 말야. 그리고 단층촬영 때 관의 제일 윗부분에 사람형태로 부조가 되어 있거든. 그것도 두명이 나란히 누운 모습으로 말이야. 이거만 봐도 얼마나 낭만적이냐? 순장이 당연시 되고,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하던 그 시절에 둘이 나란히 묻혔다는 것 말이야.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여기 나란히 눕게 되었는지 너는 궁금하지 않냐?"
우건은 현우의 일장연설을 들으며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랑이라 이건가? 역시 현우형은 사랑에 그것도 과거에 잡혀 사는군. 아니, 내가 지연이 한테 목 매는거랑 같은건가?'
우건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현우는 다시 망치와 붓을 들고 돌더미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