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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김용(1)

새참 2006. 9. 28. 06:06

대륙의 별 세트

김용|박영창 옮김

중원문화20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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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 제4권

김용

대현문화사200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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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팔부 2003년작 드라마를 보고 땡겨서 다시 읽은 작품이다. 이로써 천룡팔부도 세번을 읽은 셈이 되는데....두번째로 읽은 시기가 너무 오래전이라 새로 읽은 느낌으로 읽었다.

천룡팔부는 팔귀중, 팔부귀중 이라고도 하며, 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신장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소설의 주제는 불교의 무상과 해탈, 깨달음 등이 주제이고, 곳곳에서 불교적인 냄새를 풀풀 풍기는 작품이다. 영웅문 3부작이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쓰여진데 반해, 천룡팔부는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쓰여졌기에 그 색깔 자체가 다르다. 영웅문에서는 곽정, 양과, 장무기가 철저하게 한인의 입장만을 생각하고, 외세의 침략에 항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허나, 천룡팔부는 요, 여진(금), 서하, 토번(티벳), 대리 등 송나라를 둘러싼 여러 민족과 나라가 나오며 무조건 송나라 만세라는 식의 유교적 입장만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인 김용이 중국인 이기 때문인지 한족을 좀더 중시하는 중화사상도 은연중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부분이 심하지 않고, 차라리 만민의 안녕을 바라는 소봉의 모습이 더 강하게 독자에게 강하게 어필을 하며, 거란인 이면서도 무조건 거란의 편만 들지 않는 소봉의 모습과 마지막 자결 장면을 통해서 모두 똑같은 인간이며, 헛되이 전쟁을 일으켜 만백성을 상하게 하는 것이 더 안좋다 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천룡팔부의 주인공은 소봉(교봉), 단예, 허죽 이렇게 세명이다. 소설의 처음과 끝을 단예가 장식 하는 이유는 천룡팔부가 불교사상을 나타내는 소설이기 때문인듯 하다. 단예는 대리국의 황제가 되는 인물이며 실존인물이다. 실제 대리국 황제인 단화예가 단예의 모델인 셈이고, 대리국은 실제로도 불교를 중시하는 나라였으며, 역대 황제들이 대부분 불교에 귀의하여 출가를 한 불교국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예를 모델로 삼아서 단예의 어벙한듯한 행각을 통해서 여러가지 불교에서 설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특히, 소봉의 자결 이후 단예가 귀한 하는 장면에서 연나라를 다시 세우고 황제가 되려는 모용복이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등장을 하여 헛된 꿈과 권력에의 집착을 경고하는 것이다. 소원산, 모용박이 깨닫고 출가를 하는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인 셈이다.

천룡팔부는 여타 다른 김용의 소설과는 좀 틀리게 신통력 같은 느낌의 무술이 등장하는 유일한 소설이다. 검기 라거나 격산타우 류의 몸 밖으로 기를 표출하는 무술이 등장한다. 그 대표가 육맥신검이며, 소봉의 벽공장이나 금룡공(허공섭물) 같은 것도 그렇다. 소요파의 신비막측한 무공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소요파는 도가 계열의 문파로 나오는데....강하고 신비한 무공에 반해 그 내부 인물들의 행각을 보면 그다지 바람직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첫째가 바로 정춘추 이다. 사부를 해친 정춘추의 악행이 대표적인 웃기는 행위이며, 치정에 빠져서 서로 원수가 된 이추수, 천산동노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허죽에게 언변으로 꼼짝달싹 못하게 하는 무애자의 대제자 소성하의 모습 역시 진정한 깨달음이나 해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인 셈이다.
이에 반해, 소림사의 무명승이 득도한 고승의 면모를 보이며 주제를 표출하는 소재가 된다. 소림사의 고승임에도 복수를 생각하는 현 자(字) 항렬 화상들의 모습과 무공에 빠진 구마지, 천축의 승려들, 신산 대사 등을 해탈과 깨달음으로 이끄는 허드렛 잡일을 하는 무명승의 등장이 바로 천룡팔부의 주제 표출 장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복수를 꿈꾸는 소원산과 연나라를 세우고자 암계를 쓰는 모용박을 해탈시키면서....모든 은원은 나에게 돌려라....라는 모습은 천룡팔부의 주제 표출 장면이자, 불교의 득도한 고승의 모습을 절절히 보여준다 하겠다.

김용의 작품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이민족에 대한 배려를 보여주는데....제일 첫 작품인 서검은구록과 영웅문 3부작이 중화사상에 입각한 철저한 한인의 입장에서 쓰여진데 반해....뒤로 갈수록 그런 색깔이 줄어든다. 서검은구록은 청나라 향비전설을 통해서 건륭이 사실은 한인...이라는 식의 자기 만족적인 내용이며, 영웅문 1, 2부는 금과 몽고에 항거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중 1부에서 금의 완안씨가 모략을 일삼는 악역으로 나오며, 2부에서는 몽고의 쿠빌라이 역시 겉으로는 정당한 듯 하면서도 금륜법왕 등을 이용하여 곽정을 암살하려는 모습들을 보여 이민족과 한족을 확실히 갈라 놓고 있다. 특히, 2부에서 등장하는 거란인 야율제, 여진인 완안평 등이 한족화 한 모습은 더욱 중화적인 시각이라 할 수 있다. 3부는 그런 모습이 좀 줄어들었는데....장무기가 그다지 원과의 항거에 철저 하지 못한 모습등이 그런 부분이지만, 결국 몽고인인 조민이 한족 장무기를 위해 아버지 마저 등지고 장무기에게 가는 모습이 바로 중화사상의 표출부분이라 하겠다. 하지만, 뒤에 쓰여진 작품은 그런 색깔이 별로 없다. 영웅문 이후에 쓰여진 소오강호는 아예 이민족과 한족 이런 용어 자체가 나오지 않으며(묘족이 등장하긴 하지만....) 천룡팔부에 이르러선 한족과 이민족을 구분했으되 그들 역시 똑같은 인간이라는 시각에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맨 마지막 작품인 녹정기에서는 백성이 편한하면 그만이라는 시각으로 청나라 강희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뒤로 갈수록 중화사상이 줄어든다 하겠다.

그럼 천룡팔부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민족을 표현했을까....거란인 소봉이 배척을 받지만 소봉은 악당이 아닌 영웅이며, 여진족의 소박한 모습과 거란족의 신의를 지키는 모습 등....역시 오랑캐 취급을 받지만 대리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으로 나온다거나....악역이지만 나중에 개심하는 토번국사 구마지(실존인물이며 불법을 널리 알린 유명한 고승) 등....이민족이라고 해도 굳이 나쁘게 표현하지 않았다. 더더욱 웃기는 것은 소림사에서 구마지가 한 대사라고 하겠다. 중국 선종의 전파자 이자 소림사의 조사인 달마는 천축에서 온 이민족이며, 공자 역시 이민족이 아니냐 라는 것....물론 이 상황은 악역이 내뱉는 대사이기에 그다지 어필하기 힘든 대사이지만 소림사의 승려들은 아무도 반박을 못한다. 공자 역시 노나라 인물이기에 한족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중국-한족 만세의 중화사상을 은근히 꼬집기도 하는 모습이 천룡팔부에 많이 나온다. 백성이 편안해야지 오랑캐라고 배척하거나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게 잘못하는 것이다....라는 시각이 많이 나온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부분이 송의 철종 조후가 요를 침략하여 연운16주를 되찾으려고 하는 모습이 잘못된 것이다...라고 나오는 부분과 요의 황제이자 소봉의 의형 야율홍기 역시 남하하여 전쟁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잘못된 것이라고 나오는 부분은 어느 종족이건 전쟁을 하는게 잘못된 것이지 오랑캐가 나쁘다는 식은 아니라 하겠다. 하지만, 소봉이 거란족 임에도 한족의 편을 들기도 하는 모습이나 거란족의 잔인한 사냥 모습등은 여전히 중화적인 시각을 조금은 표하고 있다고 하겠다.

다음에 계속.....